美 이어 캐나다·홍콩도 '금리인하 도미노'

FRB 이달말 0.5%P 또 내릴듯…캐나다·홍콩·UAE도 금리인하 동참


美 이어 캐나다·홍콩도 '금리인하 도미노' FRB 이달말 0.5%P 또 내릴듯유럽중앙은행은 금리인하에 부정적 뉴욕=권구찬특파원 chans@sed.co.kr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21일 휴일(마틴 루서 킹의 날)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집무실을 찾았다. 아시아와 유럽 증시가 폭락하고 이러다간 세계 증시가 붕괴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시장을 지배했다. 그가 지방 총재와 본부 이사를 대기시킬 무렵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 경기와 글로벌 금융시장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고했다. 그날 오후6시에 버냉키 의장은 영상회의를 주재하며 금리와 재할인율 인하를 결정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붕괴를 막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워싱턴의 움직임은 전광석화와 같았다. 다음날인 22일 오전8시25분, 뉴욕상품거래소가 개장하기 직전에 FRB는 한쪽짜리 성명서를 냈다. 기준금리와 재할인율을 동시에 0.75%포인트 인하한다는 내용이었다. FRB는 성명서에서 금융시장의 여건과 경기전망을 면밀히 검토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오는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임을 시사했다. 페드워처(FRB 분석가)들은 FRB가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 월가에서는 FRB가 30일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적게는 0.25%포인트, 많게는 0.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으로 기대했다. FRB는 1994년과 2001년에도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한 직후 열린 정례회의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구체적인 금리인하 폭은 30일까지 1주일 동안 금융시장 동향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연방금리 선물은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반영했다. 데이비드 그린로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긴급 금리인하로 FRB가 정례회의에서 보다 유연한 통화정책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고 드루 매터스 리먼브러더스 이코노미스트는 "다음주 FOMC에서 또 한번의 공격적인 조치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인하 기조는 올 여름까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나이젤 골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 여름까지 2.5%로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웰스파고의 스콧 앤더슨 선임이코노미스트는 4월까지 2.75%로 내릴 것으로 관측했다. FRB의 금리인하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를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ECB와 영란은행은 당초 FRB와 공조체제를 형성해 동시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관측됐다. ECB에는 가맹국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데다 머빈 킹 영란은행 총재가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해 선진국 간 공조체제가 깨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란은행이 지난해 12월 금리를 5.5%로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미국의 대폭적인 금리인하로 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져 2월 초에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ECB는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유럽의회 연설에서 "인플레에 대한 투쟁을 강화할 것"이라며 "ECB의 책임은 인플레 우려를 차단하는 것"이라며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차단했다. 그러나 양국 금리 격차와 경기하강 우려를 감안하면 싫든 좋든 금리인하 기조에 동참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좀 더 우세하다. 스위스계 UBS는 ECB와 영란은행이 각각 두 차례와 네 차례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 약세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캐나다는 이날 미국의 금리인하에 맞춰 0.25%포인트 인하했으며 현행 4%인 금리를 더 내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달러 페그제를 운영하고 있는 홍콩, 아랍에미리트연합(UAE)도 통화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금리를 미국과 같은 비율인 0.75%포인트 내렸다. 입력시간 : 2008/01/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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