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2년4개월 만에 1년 만기 예금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2.75%, 1년 만기 대출금리를 0.40%포인트 내린 5.60%로 조정했다. 전격적 금리인하에 대해 "리커창 총리가 경기둔화에 굴복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제대로 된 결정'이라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주요국 증시의 반등과 국제유가 상승 흐름에도 영향을 미쳤다.
리 총리는 연초 이후 줄곧 미니 경기부양을 고집해왔다. 중소기업 등에 선택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산업 구조개혁을 추진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주요 도시에서 부동산 가격이 속락하고 은행이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자금난을 겪는 등 부양대책은 한계를 보였다. 이 여파로 중국의 올해 1·4~3·4분기 전체 경제성장률이 7.4%에 그쳐 목표인 7.5% 성장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마저 디플레이션을 우려해 금리인하를 결정함에 따라 일본, 유럽연합(EU) 등 글로벌 경제축들이 모두 통화완화정책에 돌입하게 됐다. 이미 지난달 31일 자산과 국채 매입규모를 80조엔으로 늘린 일본은행에 이어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도 유로존 경제회복을 위해 1조유로 상당의 국채 매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상당 기간'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모든 국가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재정·통화 확대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대외경제 환경이 그만큼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경제는 내부적으로는 지지부진한 소비와 투자를 살려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응해야 하는 '이중의 전선(戰線)'에서 모두 이겨야만 그나마 정상 궤도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경제가 이 같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범죄가 아닌 이상 무엇이든 해야 할 시점"이라는 한 전직 관료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