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장관의 '낮추기 언행'

장관 취임 첫날 취임식·기자간담회에서 '변신' 모색
"말과 행동 변해야".."앞으로 사건은 없을 것"

"말과 행동이 변해야 한다는 충고와 쓴소리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10일 장관 취임 첫 행보는 `싸움닭 유시민'과의 선긋기였다. 자세도 거듭 낮췄다. 지난 7,8일 청문회에서 보여준 `유시민 변화'의 연속선상이다. 장관 임명 과정에서 겪은 우여곡절이 미친 영향이기도 할 것이다. 그는 이날 청와대에서 장관 임명장을 받은 직후 복지부로 이동, 취임식과 복지부 간부들과의 오찬, 기자간담회, 사무실 순시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는 복지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안에서는 다른 정당과 다투고 같은 당 안에서도 진로를 놓고 노선투쟁을 했으나 이것이 정치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보건복지 행정이라는 다른 임무가 주어져 말과 행동이 변해야 한다"고 했다. 변화의 구체적 양태로는 "일이 잘 되도록 말과 행동을 해야 하고 마음도 일 중심으로 가 있어야 한다"면서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아가 "앞으로는 정략적 이해관계에 휘말릴 일이 없다"면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99% 이상을 보건복지 행정에만 쓰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앞으로 (정치적) 사건은 없을 것이고 정치부 기자가 관심 가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잡기도 했다. 유 장관은 청문회 이후 거칠게 대치하고 있는 야당에 대해서도 극도의 `낮추기'를 했다. "찾아가서 만나고 대화하고 또 대화하고, 모시고 또 모시고 섬겨야지 어떤방법이 있겠는가"라는 것이다. 그는 "청문회를 하는 동안 내가 야당이라도 저렇게 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고,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감정적인 앙금이 없다"면서 "다 나름대로 국가를 걱정하고 애국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은 지 의견이 다를 뿐"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그는 보건복지 행정의 3대 기조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 국민과 함께 하는 행정, 미래를 내다보는 행정을 꼽았으나 "국민들이 `장관 따라하기'를 하면서 국민연금을 내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연금은 자기 노후를 스스로 대비하는 것"이라며 피해갔다. 이에 앞서 유 장관은 복지부 직원들이 참석한 취임식에서 "과천 오는 길이 평탄하지 않았다. 모두가 나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토로하고 "여러분과 함께 일하는 동안 다른 모든 것을 다 잊으려 한다"고 약속했다. "국민을 제대로 섬기는 일에만 집중하겠다", "한 순간도 보건복지 행정의 현장에서 눈과 마음을 떼지 않겠다", "참여정부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게 이날 취임식에서 피력한 유 장관의 어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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