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한국근대문학관

'근대 시초' 인천 100년전 모습 고스란히 간직

한국근대문학관은 120년 된 인천의 옛 창고건물을 직육면체의 유리 통로로 연결해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인천은 대한민국의 근대가 시작된 곳이다. 지난 1883년 개항 이후 개항장인 인천항은 서구 열강의 각축장이었다. 당시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건물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붉은 벽돌로 지어진 물류창고가 대표적이다.

한국근대문학관은 인천의 오래된 물류창고 4개동을 한국 근대문학을 총망라하는 박물관으로 재탄생시켰다. 이중 두 개 창고는 1892년에 지어졌으니 무려 120년의 세월이 지났다. 세 번째 창고는 1941년에 건립됐으며 창고 하나는 상태가 워낙 안 좋고 지하층을 파야 해서 허물고 새로 지었다.

4개 창고의 2층은 직육면체의 유리 통로로 이어져 있다. 유리 통로는 단순히 각각의 창고를 연결하는 통로가 아니다. 창고의 특성상 창이 없어 어두운 건물 내부에 밝은 빛을 끌어들이고 더불어 인천의 상쾌한 바닷바람도 이 곳을 통해 들어온다. 창고의 높은 습도 역시 유리 통로를 통해 해결했다.

아울러 유리 통로는 인천의 근대를 돌아보는 창이기도 하다. 관람객들은 1층과 2층의 작품과 자료를 둘러본 뒤 유리 통로에서 문학관 뒤편으로 보이는 인천의 근대 건물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유리로 된 회랑을 통해 한국의 근대 문학과 근대 도시가 공존하는 셈이다.

건물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100년이 훌쩍 넘은 창고건물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쌀 창고, 김치 공장 등으로 쓰임새가 다양하게 변했다. 창고를 사용한 사람들은 비가 오면 벽돌에 모르타르를 발랐고 용도가 바뀔 때마다 벽돌을 덧대거나 창을 내고 막는 등 창고에 변형을 가했다. 설계자는 이 같은 세월의 흔적과 당시 노동자들이 살아온 모습들을 없애지 않고 그대로 남겨뒀다. 문학관 내부를 둘러보다 보면 물결치듯 긁힌 벽돌과 녹슨 철문, 덧칠한 모르타르의 흔적에서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이 건물을 설계한 황순우 건축사사무소바인 대표는 "120년이 넘은 오래된 건물이지만 앞으로도 120년간 유지될 수 있도록 '오래된 미래'라는 콘셉트 아래 보존적 가치와 활용적 가치를 고려해 건물을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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