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 경영평가, 악순환 고리 끊어야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 이번주 안에 윤곽이 나오고 이달 말께는 낙제점을 받은 기관장을 포함해 대규모 인사가 예상된다. 올해 안에 임기가 종료되는 기관장까지 합치면 최대 100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사가 점쳐진다.

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와 기관장의 업무능력 검증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공기업의 비중이 큰 나라로 꼽힌다. 공기업 순자산이 1,777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6.8%에 이른다. 국민경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은 국가적 손실로 직결되기에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간의 공기업 경영평가가 다소나마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평가방식과 낙하산이다. 고객만족도와 경영실적으로 단순화한 외국의 공기업 평가와 달리 우리는 평가항목이 까다로운데다 비계량적 평가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주관적 평가가 개입될 여지가 그만큼 크다. 공기업 핵심 인재들이 본업을 제쳐두고 일년 내내 평가보고서 만들기에 매달리는 것도 고쳐야 할 점이다.

본질적으로 2006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가 도입된 이래 공기업의 경영실적이 개선되고 부채가 줄어들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나아졌다고 장담할 수 있는 공기업이 얼마나 되는가. 평가제도가 실행됐음에도 개선도가 과거에 못 미치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기업 기관장 자리를 대통령 측근인사에게 나눠준 보은성 낙하산 인사에 기인한다.

공기업 평가는 해마다 시행하는 연례행사지만 올해는 정권교체와 맞물리기에 사정이 다소 다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전임 이명박 정부와 같이 낙하산 인사가 되풀이된다면 공기업 개혁 역시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다. 우리는 이미 전 정권에서 낙하산 인사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경험한 바 있다.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로서는 지금이 기회다. 엄정한 공기업 평가가 자리잡고 전문가가 인선되는 새로운 전통을 세워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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