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희생자 여성 택할 가능성도
강경파 목소리 거세져 극단적 카드도 배제못해
靑 "다시 해치면 좌시안해" 무력사용 암시 주목
안길수 기자 coolass@sed.co.kr
탈레반 무장단체가 한국인 인질 심성민(29)씨를 살해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자 우리 정부는 추가 희생자가 또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부가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실제 벌어진 데 이어 추가 살해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 납치 13일째 되는 31일 현재 한국인 인질 23명 중 2명이 살해됐으며 인질 석방도 극도로 불투명해졌다. 특히 탈레반 내부에서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점점 거세지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다음 희생자는 여성 인질?=탈레반은 심씨 살해를 계기로 앞으로 협상 고비 때마다 인질 살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당초 협상 초기만 해도 탈레반은 인질ㆍ포로 맞교환보다 '몸값'을 원하는 것으로 관측됐었다. 그러나 추가 인질 살해로 금전적 보상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탈레반 대변인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하지 않으면 남성 인질부터 차례대로 살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아마디와 연결되는 소식통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인질 살해 주기는 점점 짧아질 것"이라며 "오늘 일은 순차적 살해의 첫 단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여성 인질 일부가 조기에 석방될 가능성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세번째 희생자를 여성으로 선택해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탈레반은 30일 아랍위성방송 알 자지라를 통해 한국인 인질 12명의 모습을 전격 공개했다. 방송 화면에 나타난 인질들은 주로 여성들로 이는 아프간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여성을 살해할 수 있다고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아프간 현지에는 한국인 남자 인질 3명이 억류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무장단체는 31일 오후 새롭게 제시한 협상 시한인 8월1일 오후4시30분(한국시각)이 지나서도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하면 남자 인질 중 일부를 추가 살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최악의 경우엔 여자 인질을 살해해 아프간 정부와 한국 정부를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추가 살해 배경과 협상 전망=탈레반은 수차례 협상 시한을 연장하며 협상에 임했지만 자신들이 요구한 포로 석방이 관철되지 않자 심씨를 살해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앞으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하미르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등 아프간 정부 인사들이 탈레반 죄수 석방은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밝힘에 따라 우리 정부가 설득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하마이온 대통령궁 대변인은 31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탈레반의 요구 사항인 수감자와 인질교환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백종천 대통령 특사는 현지에서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인질 석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무력사용을 암시하는 내용을 대국민 담화에 포함시켜 주목된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또다시 (우리 국민을) 해치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드시 우리 국민의 희생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군사작전을 포함한 것이냐"는 질문에 "군사작전 반대에는 변함없다"며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노력을 포기할 때는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불가능해질 때는 군사작전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 내에서는 국방부 등을 중심으로 특수부대를 동원한 인질 구출 작전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로서도 2명의 인질이 살해되고 추가 희생자가 예상되는 만큼 인질 구출 작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입력시간 : 2007/07/31 1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