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가교… 위기를 극복하자(선택 97:끝)

◎경제주체 의식변화 시급/OECD “시장에 맡긴다”… 정부 간섭 제한/국민 자률적행동에 선진화여부 달려『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의 가장 큰 의미는 우리 국민들이 의식과 관행을 선진화하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시키는가에 따라 OECD가입의 의미는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재경원의 고위당국자가 OECD가입이 확정된 뒤에 한 말이다. 정부, 기업, 근로자 등 모든 경제주체가 변해야 하지만 국민의식의 변화없이는 경제를 포함한 우리 사회구조의 발전적인 변화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우선 경제활동과 관련해 OECD가입으로 국민 개개인의 몫이 커지고 정부의 몫은 대폭 축소된다. 최근 최대 경제현안이 되고 있는 경상수지적자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예전에는 정부가 나서서 비교적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수출산업에 대한 세제, 금융지원과 원화환율의 인위적인 절하, 수입제한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는게 가능했다. 국민들의 해외여행을 제한하고 외국에 대한 송금을 막는 등 동원 가능한 정책수단이 무궁무진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틀리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OECD의 철학이 정부의 간섭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 기업을 지원하면 「공정한 룰을 어기고 차별조치를 한다」고 외국에서 야단이다. 해외여행이나 해외유학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려해도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안팎에서 야단이다. 정부도 달라진 환경에 걸맞는 정책을 개발해야 하지만 간섭을 벗어난 국민들의 「자율적」 행동과 의식이 보다 중요해진 셈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경제행위와 소비행태는 OECD국가의 자율적인 시민의식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지난해 2·4분기 우리 국민들의 한계소비성향은 1백.2%에 달했다. 소득증가액보다 소비증가액이 많다는 의미로 저축을 헐어(빚을 얻어) 마시고 즐기는데 썼다는 의미다. 지출증가항목을 보면 외식비가 22.7% 늘고 개인교통비가 56.6%, 교양오락비가 17.5% 늘어났다. 음식물의 30∼40%가 쓰레기로 버려져 연간 음식쓰레기 총액이 8조원(1백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96년중 곡물수입액(24.5억달러)의 4배에 달하는 음식물이 버려진 셈이다. 전체 수입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는데도 소비재수입 증가율은 1백40%라는 폭증세를 기록하고 여행수지 적자폭이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등 국민들의 넉넉한 쓰임새가 경상적자의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재경원의 한 서기관은 『미국의 아동복생산 다국적기업인 오시코시(OSHKOSH)의 아동복을 유학시절 미국에서 10달러 안팎에서 구입했는데 국내매장에서 같은 물품이 10만원대에도 팔려나가는 것을 보고 입이 벌어졌다』고 무감각한 과소비행태를 지적했다. 단순한 소비행태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환경보호, 제조업자의 횡포에 대항하는 소비자운동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모든 부문에서 구경꾼으로 비판만 할게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자로서 자기 몫을 넓혀가는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최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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