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거명 안해 北전체 책임 추궁

[李대통령 천안함 담화] ■ MB담화 이모저모
담화후 국군·유엔군 전사자 추모도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발표한 '천안함 대국민담화'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거명할 것을 검토했으나 결국 빼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대국민담화문의 발표장소를 청와대가 아닌 '전쟁기념관'으로 선택한 것은 '전쟁과 평화'의 중층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전쟁기념관을 최종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문를 발표한 뒤 호국추모실을 나와 김태영 국방장관과 박장규 전쟁기념사업회장의 안내로 전쟁기념관 외벽의 국군 및 유엔군 전사자 명비를 둘러보며 영령들을 추모했다. ◇'김정일 거명' 빠져=국내 일부 언론에서 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김 위원장을 거명하며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를 쏟아낸 것과는 딴판으로 이날 담화에서 '김정일 거명'은 빠졌다. 일단 청와대는 담화문의 최종 원고가 나오는 이날 오전까지도 김 위원장을 적시하는 부분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던 것은 사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김정일 거명'은 왜 빠졌을까. 우선 김 위원장을 직접 거명하는 대신 '북한 당국'이라고 범위를 넓혀 포괄적인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북한당국에 엄중히 촉구한다. 북한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앞에 사과하고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즉각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 개인에 국한된 게 아니라 북한체제 전체를 향한 책임추궁인 셈이다. 김 위원장을 거명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로 남북관계 회복이라는 마지막 끈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김 위원장을 직접 타깃으로 삼음으로써 남북관계의 완전 파국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하고 향후 정세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천명했지만 그렇다고 남북관계를 오늘로 끝장내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쟁기념관 선택은 '파격'=이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곳은 전쟁기념관의 호국추모실. 이 방은 6ㆍ25전쟁 당시의 영웅을 포함한 희생자들의 흉상이 전시돼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홀로 이 방의 중앙까지 걸어 나와 흉상을 배경으로 "전쟁기념관에는 나라 위해 목숨 바친 국군과 유엔군 용사들의 혼이 깃들어 있고 천안함 46용사의 이름도 이곳에 영원히 새겨졌다"면서 "우리는 천안함 사태를 통해 다시 한 번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전쟁기념관 담화는 호국영령들의 희생을 되새겨 북한 도발에 대해 강력 대처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한반도 평화, 나아가 남북 통일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밝히려는 것이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전쟁기념관이라고 하는 곳이 전쟁과 평화라는 양의적 의미를 다 가지고 있다"면서 "천안함 폭침 같은 사태가 빚어져 우리가 북한 사회에 책임 추궁과 응징을 하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우리 한반도, 남북의 미래에 대해서도 희망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국군ㆍ유엔군 전사자 추모=이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문 발표를 마치고 수행원들과 함께 전쟁기념관 밖으로 나와 건물외벽에 새겨진 국군 및 유엔군 전사자 명비를 둘러보며 호국영령들을 추모했다. 이 대통령은 2차 연평해전 희생자 명비 앞에서 당시 희생자가 6명이라는 설명을 듣고 "그분들도 전사자로 예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새롭게 마련된 천안함 46용사 명비 앞까지 이동한 후 수행원들과 함께 묵념한 뒤 유엔군 전사자 명비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대통령은 유엔군 전사자 명비에 새겨진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지키라는 부름에 응했던 그 아들, 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는 문구를 본 뒤 "문장이 참 좋다"고 두 세 차례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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