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믿었던 제조업마저..."

경제 버팀목 IT산업 수익악화로 휘청철강등까지 확산조짐...정부 대책 골머리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무적함대' 일본 제조업체들이 급격한 수익 악화로 비틀거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일본 경제의 버팀목 노릇을 해오던 전기전자 등 첨단 기술 분야마저 실적 악화의 국면으로 본격 접어든 것으로 드러나 수렁속 일본 경제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11일 일본의 제조업체들이 수익이 크게 나빠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하반기 수익 전망치를 대대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금융 및 신규업체를 제외한 3월 결산 상장 법인(제조업부문)들은 올 하반기 평균 세전(稅前) 이익 전망치를 당초 0.4% 증가에서 2.7% 감소할 것으로 하향 조정했다. 부실 채권 문제 등 이미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금융업종을 제외한 일본 제조업체들의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것은 3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IT기업들이 침체 주도 제조업체들의 실적 악화 소식이 일본 국내 경제에 우려감을 보다 증폭시키는 것은 지금까지 수출 등을 통해 경기 급락을 그나마 막아 온 정보기술(IT)업체들의 수익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 일본의 경기 둔화가 급속히 진행되던 올 1분기까지도 일본 상장기업들의 전분기 대비 경상 이익 증가율은 38.5%였으며 특히 이를 주도한 분야는 단연 IT업종이었다. 특히 전기기기 부문의 경우 공공 및 민간의 IT수요 확대에 힘입어 증가율이 무려 82.2%에 달했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그러나 하반기 일본 제조업체들 실적 악화의 최대 원인 제공자로 바로 이 같은 성장을 주도했던 IT업체들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 약 70개의 상장 IT업체들이 지난 7월이후 수익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특히 전기 기계업종은 당초 16.9%에서 29.4%로 감소폭을 크게 확대시켰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드밴테스트의 경우 당초 하반기 이익이 45%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10일 이를 무려 91%까지 확대 수정, 발표했다. 일본이 자랑하는 소니 및 마쓰시다 전기 등도 속속 하반기 수주 회복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익 기대치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타 분야로 확산 될 듯, 정부도 해법 찾기 나서 경제전문가들은 이같은 IT업체들의 실적 부진과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다른 산업군(君)에도 급속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와 관련 이 같은 IT업체들의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타 산업부문에도 악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20.4%의 수익 감소가 예상됐던 철강산업의 경우 24.5%로 확대 하향 조정됐으며 화학ㆍ전력사업 부문 등도 속속 당초 예상치를 훨씬 넘어서는 실적 하향 조정을 발표하고 있다. `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일본 정부의 현실 인식도 심각하다. 일본 정부는 10일 8월 월례경제동향보고서를 통해 "거듭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며 올들어 벌써 6번째 경기 전망을 내려 잡았다.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경제재정담당성장관은 이날 생산, 수출의 대폭적인 하락에 동반한 설비투자 의욕 감소를 지적하면서 특히 기업부문을 중심으로 경기 후퇴색이 한층 깊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고이즈미 내각은 10일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일반 예산 7000억엔의 삭감을 발표하면서도 IT산업 등 핵심 사업 지원에는 예산을 재배정키로 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일본 제조업체들이 최근 해외로 공장을 대거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위기 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해외 공장 이전은 물론 과거 전례가 거의 없던 타국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 등의 사례가 최근 들어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일본 제조업체들이 처한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홍현종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