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좋은 경기도”

경기도는 근래 100억달러 규모의 LG필립스LCD의 LCD(액정표시장치)공장을 파주에 유치했다. 이 과정에서 공단조성 기간을 1년반 이상 단축해 화제가 되고 있다. `스피드 행정`을 보여준 것이다. 당초 산업단지 조성에는 24종류의 행정절차를, 또 각 절차마다 복잡한 계통을 거쳐야 했다. 그 복잡함에 도지사 자신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LCD산업 특성상 공장 가동이 몇 달만 늦어져도 경쟁에서 뒤진다. 그래서 경기도는 모든 관계자들이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협의채널을 가동하는 방식으로 스피드 행정을 추구했다. 지사는 민원인들과의 만남이나 기초단체장들과의 협의채널을 직접 가동하면서 지휘하고 나섰다. 한 예로 공단조성의 걸림돌인 `분묘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담팀을 설치해 분묘 연고자를 직접 찾아내기도 했다. 경기도가 추구하는 것은 `스피드 행정`을 넘어 `기업하기 좋은 경기도` 만들기라고 한다. 평택 포승단지 내 5억달러 규모의 스미토모화학 공장 증설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경기도가 나서서 부지확보를 중재했다고 한다.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업체인 미국 델파이의 기술연구소를 용인에 유치하는 과정에서 장애요인인 진입로 개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용인시-델파이코리아-땅주인 등 모든 관계자의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협의채널을 가동해 결국 해결했다. 지금 세계 각국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고위공직자와 정치지도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경쟁을 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나선 경기도가 제2의 앨라배마주가 돼 새로운 희망을 열 것인지 주목된다. 미국의 타임(TIME) 최신호는 미국의 유력 대통령 후보들에게 “무엇에 대항하고 반대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지향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상대방 후보에 대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정치에 그대로 들어맞는 이야기다. 정쟁의 상대방을 어떻게 굴복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업환경을 어떻게 하고 국민생활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를 내놓고 경쟁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한 일본경제신문의 기자는 일전에 이렇게 지적했다. “한국 정치인들에게는 한국정치가 대통령의 신임이냐, 탄핵이냐 혹은 측근의 비리냐, 상대방의 비리냐가 중심인지 모르지만 외국에서 보는 한국정치의 중심은 천안에 준공된 최첨단 PDP라인과 중국ㆍ일본의 생산라인들에 걸쳐 있고 훨씬 지평이 넓다”고. 정쟁의 링 안에서 싸우는 동안 체육관 전체의 주인이 바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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