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시즌을 맞이한 필드가 화사한 꽃과도 같은 핑크빛으로 물들고 있다. 올 겨울 여성 골퍼들의 패션 화두는 핑크. 청명한 하늘과 조금은 빛이 바랜 잔디 위에서 유달리 돋보이는 핑크 골프웨어가 여성스러우면서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는 색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 젊은 사람들은 베이지, 아이보리, 검은색 등 기본 색상을 찾고 연령층이 높을수록 화사한 핑크나 블루, 옐로 등 알록달록한 알사탕을 연상시키는 `캔디 컬러`를 선호했지만, 올 겨울 핑크 웨어에 쏠리는 골퍼들의 관심은 예년과 다르다.
필드에 핑크 물결을 일으킨 직접적인 계기는 뭐니뭐니해도 이달 초 막을 내린 CJ나인브릿지클래식. 세계 69명의 여성 골프선수들이 모여든 이번 대회는 선수들의 골프 실력만큼이나 패션감각이 화제로 오른 무대이기도 하다.
특히 이 대회를 통해 일약 신데델라로 급부상한 안시현(코오롱) 선수의 튀는 패션 센스는 많은 국내 여성 골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 경기 마지막 날 안 선수가 입은 강렬한 핑크색 캐시미어 셔츠는 대회 직후부터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가 제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 FnC코오롱은 예상 밖의 `안시현 효과`에 부랴부랴 생산 물량을 늘렸다. 같은 경기에서 박세리(CJ) 선수 역시 핑크색을 포인트 컬러로 사용한 옷차림을 여러 차례 선보여 필드에서 핑크빛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FnC코오롱 `엘로드`디자인실에 따르면 핑크색은 겨울철 인기 소재인 캐시미어에 쓰일 경우 화사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쌀쌀한 필드에서 더욱 돋보이는 색상이다. 특히 올 가을ㆍ겨울 시즌 골프웨어 시장에서는 각 업체가 겨울철 고정 컬러인 검정, 흰색 외에도 화사한 분홍색과 푸른색을 다양하게 사용해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빈폴골프 김덕미 디자인실장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털실 소재의 스웨터류에서 특히 핑크 또는 벽돌색 계열의 색상이 주를 이룬다”고 말했다. 핑크색 상의에 어울리는 하의 색상은 베이지나 브라운계열의 자연 색상. LG패션 애시워스팀의 조희정 디자인실장은 중간톤의 핑크색을 골랐다면 갈색이나 베이지색 바지를, 안 선수와 같은 진한 핑크색을 입는다면 강렬한 느낌을 중화시킬 수 있도록 차분한 베이지색을 고르는 것이 무난한다고 조언한다. 흐린 베이지색 바지를 입기가 부담스럽다면 강렬한 색상 대비 효과를 일으키는 검은색 하의를 매치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 실장은 덧붙였다.
다만 스타 선수가 입었다거나 색상이 곱다는 이유로 무조건 따라 입기보다는 어울리는 핑크 코디로 유행에 맞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세리 선수가 2라운드에서 선보인 파스텔톤 핑크색 셔츠와 베스트, 조금 톤을 달리 한 핑크색 바지를 매치시킨 전신 핑크색의 코디로 어두운 피부 톤을 보완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안 선수 때문에 화제가 된 꽃분홍색 폴라 티셔츠와 모자는 피부톤이 밝은 이에게는 어울릴 수 있지만 우리나라 일반 사람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색상인 것도 사실. 애시워스의 조희정 디자인실장은 “유행 색상이긴 하지만 피부색이 어둡거나 체격이 큰 사람에게는 밝은 핑크색을 권하지 않는다”며 “이 경우 잿빛이 약간 섞인 듯 톤을 낮춘 핑크색을 입거나 모자 등의 소품에 핑크색을 포인트 컬러로 사용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조 실장은 “프로 선수들은 대부분 전속 디자이너를 두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색상도 소화할 수 있도록 코디가 가능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무난한 색을 고르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