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사업다각화는 기업이 사업영역을 확장하려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방안 중 하나이다. 그러나 세계화에 앞서 반드시 선행돼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내부역량의 강화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의 효율도 높이지 못하면서 새로운 일을 벌인다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다. 신규사업을 전개하거나 시장을 확대할 때는 비용이나 인원을 새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프로세스의 효율을 높이는 것을 통해 창출된 자원을 바탕으로 전개해나가야 할 것이다. 내부적으로 세계화를 위한 준비가 끝났다면 다른 곳보다 먼저 동북아와 미국으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미국과 일본ㆍ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31.5%, 14.9%, 3.4%로 전세계 GDP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유럽연합(EU)을 결성했지만 영국을 포함한 EU 국가들의 GDP 비중은 모두 합해 20%에 불과하다. 서유럽은 한마디로 규모는 크지 않으면서 나라별로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통합이 됐어도 개별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복잡한 시장이다. 이에 비해 일본이나 미국은 하나의 사회시스템으로 구성돼 있어 잘만 대응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중국은 지금 비록 전세계 GDP의 3.4%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는 전세계 6위에 해당한다. 이미 이탈리아나 캐나다를 앞질렀을 뿐 아니라 지난 20년간 매년 급속하게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면에서 중국은 우리에게 최대의 위협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은 선진국ㆍ후진국을 통틀어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국과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여러 난관이 있겠지만 한ㆍ중ㆍ일 단일 경제 블록은 필연적으로 만들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동북아는 세계 인구의 25%(15억명)를 소비자로 거느린 거대시장이 될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섬유ㆍ가발ㆍ전자ㆍ자동차ㆍ조선 등 일본에서 사양길을 걸었던 산업들을 차례로 받으면서 성장해왔다. 그러나 이제 일본을 모방하며 성장해온 패턴이 한계에 이르렀다.
지금 한국사회는 30년 이상 몸에 밴 모방에서 탈피해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전환기에 와 있다. 먼저 내부역량을 갖춘 다음 차근차근 세계화를 진행한다면 앞으로 도래할 동북아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강승수(㈜한샘 기획담당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