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핀란드 국적선 '스테나포세이돈호'는 제트유를 싣고 여수항을 출발했다. 스테나포세이돈호는 기존 인도양 항로 대신 북극 항로를 거쳐 핀란드 포르보항에 도착했다. 이를 통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인도양 항로를 이용할 때보다 운항거리가 32% 정도 줄어 연료비를 20% 가까이 절감할 수 있었다.
온난화로 극지방 얼음이 풀리면서 북극 지방을 통과하는 새로운 바닷길이 열리고 있다. 지난 2008년 러시아 북쪽으로 나있는 북동 항로와 캐나다 북쪽의 북서 항로 두 개의 바닷길이 동시에 생기면서 연안국들은 물류비를 줄이기 위해 북극 항로 이용을 경쟁적으로 늘려왔지만 우리나라 해운사가 북극 항로에 뛰어든 적은 아직 없었다.
하지만 8월 말이면 현대글로비스가 우리나라 선사로는 처음으로 북극 항로를 통해 유럽에서 한국으로 원유를 수송하게 된다.
해양수산부와 외교부ㆍ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국적선사의 북극항로 운항계획 등이 담긴 '북극종합정책 추진계획'을 확정 발표하고 북극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8월 말 현대글로비스는 국적선 가운데는 처음으로 아시아와 유럽 간 수출입되는 원유를 시범 수송한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화물이 확보되는 대로 올해 안에 시범운항에 나설 예정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러시아 동쪽 베링해협을 지나 북쪽 북극해를 지나가는 북극항로는 총 1만3,000㎞로 부산항에서 수에즈운하를 통과해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기존 항로(2만㎞)에 비해 32% 정도 짧다. 운항기간도 40일에서 30일로 10일가량 줄어 연료비는 20% 가까이 절약된다.
문제는 북극 항로를 운항하는 데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다. 빙하가 떠다니는 위험한 환경을 운항하는 만큼 보험료는 30%가량 할증되고 얼음에 부딪쳐도 견딜 수 있도록 선체 두께가 두꺼운 내빙선도 임대해야 한다. 얼음으로 막힌 길을 만났을 때 길을 열어주는 에스코트용 러시아 쇄빙선 사용료도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화주들이 위험성 때문에 북극 항로를 꺼린다는 점도 있다. 지난해 고철 운송을 검토했다가 경제성이 맞지 않아 포기했던 현대상선은 올해 한진해운과 공동으로 철광석, 조선해양 기자재 등을 수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화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당장은 손해를 볼 수도 있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기정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시범운항의 취지는 상업적 운항에 대비하려는 것"이라며 "외국 선사의 북극 항로 항행 결과 대부분 흑자를 기록했으며 우리도 2020년께 북극 항로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국장은 또 "러시아가 북부 야말반도에서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를 개발해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하게 될 2018년에는 북극 항로가 더욱 활기를 띨 것"이라면서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며 북극 항로가 가진 가능성에 주목했다.
정부는 북극 항로 활성화를 위해 북극해 항행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북극 항로 운항선박에 대해서는 600만~700만원 정도의 항만시설 사용료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그린란드와 광물 공동탐사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는 등 북극 자원개발에도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관계 부처와 전문가, 연구기관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팀을 8월 중으로 구성하고 올해 10월에는 북극정책 마스터플랜을 중심으로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