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명품이 뭐길래.’
지난 95년부터 삼촌 회사인 배관자재업체에서 월급 130만원을 받으며 경리 로 일해온 최모씨(30)는 지난 2000년 8월 30만원짜리 명품 목도리를 구입했다. 카드값을 갚을 길이 없던 최씨는 회삿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 카드대금을 갚았다. 한번 명품 맛을 본 최씨는 그 뒤 3년간 총 265회에 걸쳐 수백만원짜리 원피스 등을 1억1,800만원어치나 사들인 뒤 회사공금으로 갚 았다.
최씨는 이것도 모자라 2002년 3월부터는 직업도 없는 대학친구 김씨의 신용카드 17장으로 이듬해 9월까지 340회에 걸쳐 무려 4억9,800여만원어치를 긁어댔다. 물론 김씨의 카드값은 모두 최씨가 회사돈을 빼내 결제했다.
이들은 연예인들과 고소득층이 많이 다니는 서울 압구정동의 G백화점은 물 론 압구정동, 청담동 등지의 명품숍을 전전했다. 한번 쇼핑할 때마다 평균 300만~1,000만원을 쓴 이들은 1,400만원짜리 에르메스 가방도 선뜻 사들였 다. 이들은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으로 원정 쇼핑까지 나갈 정도였다. 최씨는 장롱 3개에 가득찰 정도로 명품을 모았고 김씨는 싫증난 명품을 버 리기까지 했다.
최씨는 삼촌이 한동안 건강이 좋지 않아 회사경영에 사실상 관여하지 못하 는 틈을 타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그러나 최씨가 명품중독에 빠져 회삿돈을 물쓰듯 써대는 통에 부도위기에 몰린 삼촌은 뒤늦게 사실을 알아챘 고 최씨는 자신이 사들인 물품을 처분해 이 돈을 일부 갚았다. 그러나 김씨는 최씨의 변제요구를 거부했고 자신은 공금으로 결제한 줄 몰랐다고 발 뺌하다 결국 둘 다 쇠고랑을 차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이중훈 부장검사)는 23일 최씨와 김씨를 특정경제범 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수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무분별하게 명품을 구입, 회사가 부도에 직면할 정도로 위기에 처해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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