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중국의 착한 사마리아인 법


지난해 말 광둥성 포산시에서 2살배기 여아가 길가의 차에 치여 생명이 위중한데도 지나가던 행인 20여명이 아무일 없다는 듯이 지나치는 사건이 발생해 중국 전역이 떠들썩했다. 길가에 수십분간 방치됐던 여아는 결국 현장에서 또다시 차에 치여 숨지고 말았다. 이처럼 중국에서는 길거리에서 갑작스런 사고로 사람의 생명이 위독해도 행인들은 못 본 척하고 지나쳐 버리기 일쑤다.

중국 인민의 이 같은 극도의 무관심과 이기주의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혹자는 지난 1960~1970년대 문화대혁명 시절 섣불리 나섰다가 인민재판에 의해 죽거나 화를 당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뿌리 박혀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문화대혁명을 겪은 세대는 이미 60~70대로 중국 사회 주류에서 퇴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좀 다른 해석이 필요할 듯싶다.

일단 의로운 행동을 했다가 되레 가해자로 둔갑되거나 민ㆍ형사상 책임을 지는 화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귀저우성에서 의인으로 인정된 3,000여명 중 70%가 남을 도와주는 정의로운 행동을 하다가 가해자로 몰리거나 부상을 당해 재정적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근본적으로는 개혁ㆍ개방 이후 고속 경제성장 과정에서 만연된 배금주의, 천민 자본주의에다 일당 독재의 공산당 부패가 만들어낸 자화상이 아닐까. 절대 권력과 자본 만능주의 앞에서 중국 인민을 위한 사회 공평과 정의는 설 땅이 없어지고 이러다 보니 믿을 것은 자신밖에 없다는 보호 본능 압박감이 인민을 옥죄고 있다는 논리다.

최근 중국 사회에서는 땅에 떨어진 도덕을 되찾기 위해 법으로라도 위급한 이웃을 돕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 법(The Good Samaritan Law)'가 그것이다. 강도를 당해 길에 쓰러진 유대인을 구한 성서의 사마리아인을 빗댄 말로 곤경에 처한 사람을 의무적으로 구제토록 하거나 이 같은 행위를 유도하는 법률을 지칭하는 말이다.

국무원은 최근 의로운 일을 행한 사람을 보상하거나 재정적 지원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규정을 발표하기도 했다. 의회격인 중국의 전인대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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