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코스닥정책

코스닥시장이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거래소에 비해 시가총액은 3분1에 불과하지만, 거래대금은 어께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게임주 등 일부 업종의 주가상승세는 눈부실 정도다. 이러한 모습은 코스닥시장의 부활을 예고하는 전주곡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860여개에 달하는 코스닥기업중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종목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다수 코스닥기업들은 여전히 경기침체의 늪에서 고전하면서, 생사기로의 한계점에 봉착해 있다. 지난 21일 `코스닥시장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공청회가 열렸다. 코스닥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한국증권연구원이 마련한 `활성화 방안`은 코스닥시장을 살리려면 한계기업들을 과감하게 퇴출시키고, 기업간 M&A를 활성화 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 및 경영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M&A를 가로막는 요소를 작용하고 있는 주식매수청구제도ㆍ세제 등을 적극적으로 개정하고, 인수자와 인수자금의 풀(Pool)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세부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다. 이날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한 재경부 당국자는 “정책을 바꾸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M&A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이 오로지 제도 때문인가, 다른 것부터 해보고 안되면 그 때 보자”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정부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영난과 자금난에 몸살을 앓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속출하고, 그래서 M&A라도 잘되게 해 한계기업을 정리하고 기업간 결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하는 데 정부의 인식이 시장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얼마간의 주가상승으로 (정부가) 코스닥시장의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착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며칠전 산업자원부는 바이오, 인공위성산업 등 40개 `성장동력`을 선정 발표했다. 반도체와 핸드폰에 이어 한국을 `먹여 살리는 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다. 이러한 성장동력의 토대는 벤처기업이고, 벤처ㆍ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는 코스닥일 수 밖에 없다. 코스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시각전환과 태도변화가 있어야 할 때다. <이학인기자(증권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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