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를 기점으로 세계 남자골프의 헤게모니는 유럽으로 완전히 넘어간 듯했다. 타이거 우즈의 추락으로 구심점을 잃은 미국골프는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도널드는 사상 첫 미국∙유럽 상금왕 석권의 위업을 달성했고 매킬로이는 US오픈 우승컵을 거머쥐며 우즈의 황제 지위를 위협했다. 이들과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마르틴 카이머(독일)는 세계랭킹 1~4위를 점령하며 '유럽 대세'에 못을 박았다. 미국은 키건 브래들리가 지난 8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6차례 연속으로 메이저대회 우승을 유럽에 내줬다.
굴욕의 2011시즌을 보낸 미국 남자골프가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있다. 지난달 10일(이하 한국시간) 끝난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막전(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스티브 스트리커(미국)가 마틴 레어드(스코틀랜드)를 3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미국은 이 대회를 포함해 6개 PGA 대회에서 연속으로 리더보드 꼭대기를 자국 선수의 이름으로 채웠다. 특히 13일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에 나온 필 미켈슨(42∙세계랭킹 11위)의 우승은 의미가 컸다. 우즈와 함께 미국골프의 양대 축을 이루는 베테랑이 10개월째 이어졌던 우승 가뭄을, 그것도 6타 차 열세를 뒤집는 짜릿한 대역전극으로 해갈한 것이다.
'왼손 지존'이자 미국의 대들보 미켈슨이 2주 연속 우승을 향해 쾌속 순항했다. 미켈슨은 17일 캘리포니아주 LA 인근 리비에라CC(파71∙7,298야드)에서 벌어진 PGA 투어 노던트러스트오픈(총상금 660만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1개로 5언더파 66타를 쳐 단독 선두로 나섰다. 4번홀(파3)에서 8m 남짓한 버디 퍼트를 넣고 18번홀(파4)에서는 11m 거리의 퍼트를 성공해 버디로 마무리하는 등 먼 거리 퍼트 감각이 최고조였다. 1타 차 공동 2위 역시 미국 출신인 J.B. 홈스와 헌터 머핸이 차지하는 등 공동 6위까지 13명 중 무려 9명이 미국 출신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의 초강세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이르다. 세계랭킹 3위 매킬로이는 다음주 애리조나에서 열리는 액센츄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PGA 투어 시즌을 시작하고 2위 웨스트우드와 4위 카이머도 올 시즌 PGA 투어 출전이 아직 없다. 지난 시즌을 호령했던 유럽의 강자들이 본격적으로 미국 공습에 나서기 전인 것이다. 세계랭킹 1위 도널드의 경우는 1라운드에서 1언더파 공동 14위로 무난한 출발을 했다.
한국(계) 선수 중에서는 최경주(42∙SK텔레콤)가 2언더파 공동 6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적어낸 최경주는 "모든 홀이 까다롭다. 따라서 매 홀이 승부처"라며 "파만 해도 등수가 안 내려간다. 우승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양용은(40∙KB금융그룹)과 강성훈(25)은 나란히 1오버파 공동 37위에 자리했고 김경태(26∙이상 신한금융그룹)는 2오버파 공동 55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