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판매를 영구히 금지해달라는 애플의 요청을 거절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애플이 요청한 삼성전자 제품 26종에 대한 영구 판매금지 요청을 기각했다. 영구 판매금지 요청 대상은 지난 8월 배심원 평결에서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인정됐던 제품들이다. 이 가운데 23종은 이미 미국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 기종이며 갤럭시S2, 갤럭시S2 에픽, 갤럭시S2 스카이로켓 등 3종은 판매되고 있다. 재판을 담당한 루시 고 판사는 "삼성이 애플의 소비자층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수는 있지만 애플 소비자층 전체를 없애거나 애플의 스마트폰 사업을 무력화한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재판은 판매손실에 관계된 것이지 시장 참가자로서의 능력을 잃는 것에 관한 게 아니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애플은 특허침해가 인정된 삼성전자 제품들이 애플 제품의 미래 판매에 영향을 준다며 영구 판매금지를 요청했었다.

법원은 또 이날 배심원장인 벨빈 호건의 불법행위가 있었던 만큼 배심원단의 평결을 파기하고 재판을 다시 열어야 한다는 삼성전자의 주장도 기각했다. 삼성전자는 호건이 삼성전자과 협력관계인 시게이트와 소송을 벌인 사실을 배심원단 선서에서 진술하지 않았다며 평결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해왔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혁신적 제품을 미국 소비자에게 차질 없이 공급하기 위한 당사의 입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모든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법적 대응이란 항소 가능성 등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향후 재판은 배심원 평결에서 삼성전자의 특허침해 정도 및 최종 배상액 결정만 남겨두게 됐다.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10억5,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의 배상금을 애플에 지불해야 한다는 평결을 내렸다.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든 삼성전자는 즉각 항소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