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펀드 조성에는 관여했지만 자금 인출은 지시하지 않았다"며 횡령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펀드 조성 자체를 몰랐다"는 1심 변론을 뒤집은 셈이다.
8일 서울고법 형사4부 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항소심 공판에서 최 회장 측 변호인은 "최 회장이 펀드의 자금 인출을 지시한 사실이 없고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했다"며 최 회장의 무죄를 주장했다.
다만 변호인 측은 "펀드 조성자가 인출에 관여했으리라는 선입견이 부담스러워 1심에서 펀드 조성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거짓으로 진술했다"며 "편법에 의존한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2008년 SK텔레콤 등 SK그룹 계열사 18곳이 총 2,800억원을 투자해 조성한 펀드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서 465억원을 인출해 한 달여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후 반환한 혐의(횡령)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최 회장의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펀드 자금 인출을 지시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으며 오히려 최 회장이 인출 주체가 아니라는 정황 증거가 다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일로 가장 큰 실익을 얻은 사람이 범인일 개연성이 높은데 최 회장은 별다른 이득을 얻은 것이 없다"며 따로 범인이 있을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이미 시인한 진술을 번복하는 등 피고인들이 범행에 대해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며 "진실을 입증해 합당한 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