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브릭스 1000억달러 기금 만들어 출구전략 방화벽 쌓는다

500억달러 규모 개발은행 액수분담 이견으로 불발
금융위기 해법 둘러싸고 선진-신흥국 입장 엇갈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브릭스(BRICS,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은 1,000억달러 규모의 외환시장 안정기금 조성에 합의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등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신흥국의 금융위기 해법에 대해 선진국과 신흥국은 큰 이견을 보였다.

◇브릭스, 외환시장 안정기금 조성 합의=브릭스 국가들은 5일(이하 현지시간) 본회담에 앞서 별도 회동을 가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양적완화(QE) 축소 등 출구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는 선진국들을 압박하기 위함이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유사시에 대비해 총 1,000억달러 규모의 외환 풀(pool)을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 회동에서 '원칙적'으로 합의한 대로 세계 최대 외환보유 국가인 중국이 절반에 가까운 410억달러를 내고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가 각각 180억달러, 남아공이 50억달러를 분담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 이행은 내년 3월 브라질 회의에서 조정을 한 뒤 각국 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서방 주도의 금융기구와 별개로 자본금 500억달러 규모의 브릭스개발은행을 설립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로이터는 "국가 간 액수 분담 및 유치국가 선정 등에 대한 이견 때문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선진국 출구전략에 신흥국 반발=이번 G20 회의에서는 최근 신흥국의 금융불안 문제가 주된 논의거리로 떠올랐다.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섬에 따라 유동성을 환수하겠다는 선진국의 출구전략을 두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며 신흥국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개막연설에서 "최근 몇 달간 신흥국 경제에 새 위험이 가해졌다"며 "선진국의 출구전략이 다른 나라 경제를 위협하면서 세계경제의 핵심 위협요소로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기조연설에서 "세계경제가 회복하려면 아직 먼 길을 가야 한다"며 "우리는 각국의 이익이 서로 융합하고 한 국가의 발전이 다른 국가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연동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들은 이 같은 신흥국들의 지적에 겉으로는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연준의 양적완화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이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양적완화 축소가 필요하다"면서도 "단계적으로 이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선언문(코뮈니케)에는 선진국 입장 반영돼=그러나 회의를 모두 마친 뒤 G20 정상들이 합의한 공동선언문에는 선진국의 입장이 다수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출구전략에 대한 기존 표현인 'negative spill over(부정적 파급효과)' 대신 'unintended spill over(의도치 않은 파급효과)'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신흥국의 금융불안 등 부작용에 대해 선진국의 책임을 경감시킨 것이다.

이 밖에 개별 국가들이 국가부채비율과 재정수지적자비율 등 건전성 지표 중 한개를 선택, 이를 준수하도록 하는 '중기재정건전성 강조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국제조세협력 방안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G20 정상들은 다국적 기업 탈세를 차단하기 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실행계획에 대한 승인 여부를 논의했다. G20 국가들은 국가 간 조세정보의 자동교환을 확대하기 위한 국제 모델을 OECD를 중심으로 오는 2014년까지 개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