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매장 이케아? 실상은 '초대형마트' 중소업계 "유통공룡 등장… 타격 불보듯"

초콜릿·통조림·문구·냄비 등 가구는 물론 생활용품 다 파는데
전문점으로 분류돼 규제 안 받아
"외국기업에만 또 관대한 잣대… 토종기업 다 죽는다" 불만 고조


연말 국내 영업 개시를 앞두고 있는 이케아 광명점이 사실상 대형마트임에도 불구,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아 인근 중소상권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저가 제품으로 집객효과를 높이는 이케아 진출로 가구업계 뿐만 아니라 도자기·침구 등 상당수 생활용품업계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이케아가 대형마트가 아니라는 이유로 의무휴일제나 영업시간 규제 등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외자유치에 목을 멘 정부와 지자체가 이케아에게는 과도한 특혜를 준 반면 국내 대형마트에는 심각한 역차별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케아, 가구점 아닌 유통공룡=이케아는 가구 뿐만 아니라 물감·가위·색종이 같은 문구류부터 인형·침구·주방용품 등 1만여종에 달하는 제품을 파는 유통공룡이다. 이케아가 올해 발행한 카탈로그를 보면 테이블·침대·옷장·매트리스 등 전통적 의미의 가구 비중은 38.5%에 불과하다. 냄비·프라이팬 등 조리도구부터 종이·물감·인형까지 다양한 생활용품 비중이 61.5%에 달한다.

이는 이케아가 각국 매장에서 판매하는 음료·파스타·통조림·각종 양념류 등 식료품을 제외한 수치다. 이케아 관계자도 "초콜릿, 통조림 등 식료품을 판매하는 것은 맞지만 이케아는 가정집 지붕 아래 있는 모든 품목을 파는 홈퍼니싱기업"이라고 종합유통업체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10달러에도 미치지 못 하는 집객용 초저가 상품으로 국내 제조업계와 유통사 존립을 위협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이케아는 연간 1,000만개 이상을 판매하는 핵심상품을 통해 강력한 원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노마진' 수준으로까지 판매하며 집객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올해 발간한 미국판 카탈로그를 기준으로 보면 전체 663개 신제품 중 10달러 미만의 제품은 204개(30.8%)에 달했다. 50달러 미만 제품도 전체의 61.2%를 차지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케아는 판매하는 품목이 1만여종에 달하는 대형 유통사로 내부에 자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데다 각종 인테리어 제품부터 인형, 완구류까지 판매하는데도 종합유통기업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각종 규제를 비껴간다"며 "유통규제를 피해간 이케아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초저가 제품을 쏟아내며 중소 상권에 전방위적인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내다봤다. 이에대해 이케아 관계자는 "외부에서 이케아를 어떤 업종으로 분류하는지에 대해서는 이케아에서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땅짚고 헤엄치는 이케아=관련업계에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외국계 유통기업에만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드럭스토어처럼 유통 규제를 비껴가는 변종 유통사가 하나 더 늘게 생겼다"는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외자유치라는 허울에 파묻혀 지역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꼼꼼히 따져보지 않은 정부와 광명시 때문에 중소 유통상인은 물론 토종 유통 대기업까지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2항에 따르면 대규모점포 중에서도 대형마트에 한해서만 영업시간 제한(0~10시 내 제한)이나 의무휴업(매월 이틀)을 명할 수 있다. 또 구체적인 시간과 요일은 각 지자체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케아는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일 등 유통산업발전법 상의 영업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이케아는 가구 전문점일뿐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유통사나 기업형슈퍼마켓(SSM)과 다르다는 판단이다.

이케아가 이케아 입점저지 대책위원회와 체결한 상생협력안이 △공동 이익 창출 △지역사업 적극 협력 △사회공헌사업 동참 등 모호하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항목들로 이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협상에 참여한 한 가구사 대표는 "이케아가 종합유통사가 아닌 전문유통사로 분류되면서 현실적으로 지역 상인들의 협상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며 "동네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을 내놓는 범위도 유통산업발전법 상 반경 3㎞ 이내에 불과해 초대형점포라 해도 허허벌판에 지어지는 이케아에 제약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종합 유통사인 코스트코 광명점은 비교적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상생협력 방안을 내놓아 이케아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우선 코스트코는 광명점 운영시간을 오후 9시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전통시장에서 판매되는 동종의 농산물에 대해 광명시가 일부 품목의 제한을 권고할 수 있도록 장치도 마련했다.

광명시 중소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전시 판매하고 자체 소비하는 생활용품, 사무용품을 관내 중소유통업체와 전통시장에서 구입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관련, 광명시의 한 유통사 대표는 "이미 한국 시장에서 비즈니스 경험이 있는 코스트코와 달리 이케아는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상당히 배짱을 부리는 모습이었다"며 "상생협약을 도출하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얻은 게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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