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마켓 장기조정 가능성"

"인플레·금리인상·유동성 축소등 악재" 전문가 경고 확산
글로벌자금 채권등 안전자산으로 이동 "유동성 거품붕괴땐 70%까지 추락할수도"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유동성 축소, 엔캐리 청산 가능성 등의 악재로 이머징마켓의 장기 조정 가능성을 예고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본격 이동하면서 이머징마켓 증시가 현재 수준에서 최고 70%나 더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조정이 예상보다 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단기조정이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국제결제은행(BIS)은 12일 분기 보고서에서 지난 1ㆍ4분기 채권 발행규모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자금의 이머징마켓 증시 이탈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BIS에 따르면 회사채와 국채 발행규모는 1ㆍ4분기 1조2,000억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24%나 늘어났고 중장기 채권 발행규모도 9% 증가한 6,220억달러에 달했다. BIS는 이머징마켓 자산가치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 증시 급락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 투자자들이 국채를 최상의 포트폴리오 상품으로 조절하는 등 위험 회피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과 유동성 축소,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이 커져 이머징마켓의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찰스 댈러라 국제금융연구소(IIF) 소장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머징마켓은 취약기에 들어섰다”며 “글로벌 시장도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이머징마켓에 유입됐던 자금의 상당액은 엔캐리 트레이드(yen carry-trade) 등 선진국의 초저금리를 활용했던 자금으로 최근 이들 국가가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수익률 하락의 공포에 빠져 대거 이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쿼리은행 역시 12일 아시아 증시 보고서에서 “하반기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일본과 유럽의 유동성이 악화되면서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가 상당 기간 축소될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ㆍ인도 등이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앤디 시에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의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으로 유동성이 축소되면 오는 2007년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며 “이 경우 유동성 버블이 터질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내년 이머징마켓은 최대 70%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윌리엄 페섹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도 “아시아의 풍부한 유동성은 이제 끝났다”며 “이로 인해 아시아 증시가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라일라 헤크먼 헤크먼글로벌어드바이저 이사는 “이머징마켓의 펀더멘털이 좋고 인플레이션은 낮다”며 “현재의 주가 약세는 단기조정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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