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초대 수장으로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이 내정되면서 향후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CT 업계는 그동안 미래부의 ICT 분야가 과학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감을 가져왔지만 이번 김 장관 후보자 내정으로 이 같은 걱정을 크게 덜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ICT 업계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정보기술(IT) 벤처를 세워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인물"이라며 "글로벌 감각을 갖춘 전문가라는 점에서 향후 ICT 진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차기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해 벤처기업 정신을 키우고 ICT창업 분야의 진흥을 적극 지원할 수장이 필요한데 기업가 시각을 갖춘 김 내정자가 적격 인물이라는 평이다.
미래부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미래부 산하 ICT 분야 부실화 우려는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은 최근 열린 정부조직 개편 방안 토론회에서 "미래부가 ICT 주요 업무인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기) 기능을 온전히 이관 받지 못해 모두가 바라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래부의 ICT 전담 차관 산하에 정보통신 및 방송진흥 관련 ICT 기능들을 모두 통합하고자 했던 본래 구상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 조직 개편안은 ICT 기능 가운데 지식경제부의 내장(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및 산업융합, 행정안전부의 개인정보 보호와 정부통합전산센터, 문화체육관광부의 비(非)디지털콘텐츠∙지식재산권 등의 핵심 분야들이 제외돼 있다. 미래부 장관이 ICT보다 과학 정책에 무게중심을 둔다면 사실상 장관 아래 보좌 업무만 하고 국무회의에 참석도 못하는 권한 없는 껍데기 차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네트워크 장비업체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미래 기술과 산업 흐름을 꿰뚫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ICT 발전 정책을 내놓는 데 힘쓸 것이라고 기대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ICT 업계는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과학기술계 일각에서는 다소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상목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김 내정자가 지난 1990년대 벤처기업을 만들어 거액에 매각하는 등 기술 거래와 창업 등에 뛰어나다"면서도 "그의 기초과학 마인드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지만 통신과 기초과학 기술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전 과학기술부 출신 공무원도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술이전 등에 관한 시스템이 부족하고 정책추진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국회를 잘 설득해야 하는데 이런 이해가 부족해 초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야당과 새 정부가 대립하고 있는 쟁점 중 하나인 방송 정책을 이 분야의 무경험인 김 내정자가 조율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수위는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의 업무를 미래부로 이관한다는 방침인 반면 야권과 종합편성채널을 운영하는 일부 언론들은 방송 정책 업무 이관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