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가 지난해 10월20일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리호남 참사를 만난 것은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북측이 먼저 남측과 접촉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이 내용을 보고 받은 노 대통령이 진의를 확인해보라고 한 것. 또 10월 방북 한달 전인 9월에도 안씨는 친분이 있던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행정관 A씨를 베이징에 대신 보내 역시 리 참사와 접촉하게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호철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은 이날 “북한 핵실험 이후 모 주간지 기자에게 북한이 핵실험을 했지만 6자 회담 복귀 의사는 물론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있으며 북한이 특사를 원한다는 내용의 일종의 보고서를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실장은 “여러 루트를 통해 북한이 대화를 하려 한다는 얘기가 당시 돌았다”며 “즉시 노 대통령과 비서실장에게 보고했고 그 채널이 신뢰성이 있는지, 북한의 생각은 뭔지 확인해보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안씨와 이화영 열린우리당 의원이 10월20일 베이징에서 리 참사를 만났다는 게 이 실장 설명의 요지다.
이 실장은 “이 과정에서 나와 안씨, 이 의원은 북한이 실제로 특사를 요구할 경우 실무적으로 누가 가는 게 좋은지를 논의했으며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해찬 전 총리가 거론됐다”고 말해 지난해 10월부터 이 전 총리의 대북특사 파견이 검토되고 있었음을 확인했다.
10월 당시 베이징 접촉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 문제가 논의됐다는 세간의 추측에 대해 이 실장은 “당시는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직후 한반도의 긴장이 극도로 고조됐던 때로 그런 국면에서 정상회담을 꺼낼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고 부인하며 “북한의 6자 회담 복귀 의사와 한반도 비핵화 논의 의사 여부가 핵심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