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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 한글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에서 높아지고 있다. 10월9일 한글날이 23년 만에 공휴일로 다시 지정됐다. 해외에서는 한류 붐을 타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해외 한국어 보급을 총괄 지원하는 세종학당재단의 송향근(57ㆍ사진) 이사장을 한글날을 닷새 앞두고 지난 4일 만났다.
현재 부산외국어대학 한국어문학부 교수이기도 한 송 이사장은 국어국문학과 전공이면서 한국어교육 방면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세종학당재단의 전신으로 민간단체였던 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법정재단으로 확대개편된 후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을 이어 맡아오고 있다. 수업을 위해서 부산과 서울을 일주일에 한번씩 오가면서도 이번 특별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송 이사장은 "세종학당이 세계에 한국어를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엔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글로벌 진출 한국 기업에 중요한 인프라를 깔아주는 만큼 정부는 물론 기업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글이 한류 저변확산에 핵심역할=세계 수많은 언어들 중 중요하지 않은 언어가 있으랴 마는 한글은 그 중에서 더욱 특별하다. 창제 목적과 원리, 창제일이 명시된 세계 유일의 문자이면서 그 과학적인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송 이사장은 이에 대해 "배우기 싶고 어떤 발음이라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글의 우수성은 문자를 연구하는 외국의 모든 학자가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K팝ㆍ드라마 등 한류 확산을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교육과 이를 통한 한국 문화 전파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른바 한글한류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는 다소 소홀했던 부문에 대해 외국인들이 환호를 하면서 거꾸로 한글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한글날이 23년 만에 공휴일로 복귀한 것도 그런 평가가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해외 한국어의 보급은 당초 교포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에서 발전돼왔다. 해외에 산재한 수백만명의 교포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깨우치는 과정에서 한국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해외에 많은 한국어 관련 교육기관을 설치하거나 지원했고 물론 해당 교민들이 스스로 세운 학교도 적지 않았다.
이와는 별도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한국 문화와 한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외국인도 늘어났다. 한국 기업과의 거래과정에 필요하거나 아니면 아예 한국 내에서 일을 하려는 근로자들이 증가하면서 한국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한류라는 태풍이 불면서 일대전환을 맞게 된다. 1990년대 한국의 드라마와 가요가 한류라는 이름을 달고 전세계로 퍼지면서 전세계적으로 한글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경제적 목적 외에 문화적인 측면이나 취미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생기고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외국인에 대한 한국어 교육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송 이사장은 "기존에는 경제적 목적이나 학문적인 이유로 한국어에 대해 관심을 갖다가 한류 확산으로 한국 문화 자체를 이해하려는 외국인이 늘어났다"며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한류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경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 이사장이 처음 한국어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 역시 외국에서다. "해외에서 유학하는 과정에 외국인을 만나고 그들에게 한국어를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1999~2001년 필란드 헬싱키대학 동아시아학과 초빙교수로 있을 때 한국어를 담당하면서 한국어교육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뎠다. 이후 부산외국어대 교수로 복귀하면서 학문적인 연구와 함께 공적 기관에서도 활동하기 시작했다. 2007년 해외 한국어 보급기관이었던 한국어세계화재단에 이사로 참여한 후 2011~2012년에는 이사장을 지냈고 오늘에 이르게 됐다.
◇적극적인 기업 참여가 필요=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보급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고 한국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을 늘림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세계문화 발달에 이바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는 한국 상품을 홍보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영어를 배우면 미국 상품에 익숙하고 중국어를 배우면 우롱차라도 한잔 더 마시려고 하는 것과 같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은 한국 상품에 대한 친근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송 이사장은 "한국어를 배우는 세종학당 교육생 집에 한국산 전자제품이 하나라도 없는 곳이 없다"며 "K팝이나 드라마는 한류라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한류는 더 창출해낼 수 있다"고 단언했다.
정부와 함께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한국어 교육에 참여하고 후원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해외 세종학당에 지원금이 나가고 있지만 교육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이런 수요의 많은 부분이 저개발국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교육에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해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어 전문교원 양성, 표준교육 프로그램 작성 등 재단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전세계로 진출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현지 근로자를 고용하고 이들이 한국어를 더 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투자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은 다시 우리 기업 상품의 중요한 판로가 될 수 있다.
송 이사장은 "글로벌을 목표로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는 인력이 절실히 필요해질 것"이라며 "세종학당은 이를 위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 해외에서 일하는 한국어 교사가 늘어나는 것이다. 현재 국내 97개 대학ㆍ대학원에 한국어교육과가 개설돼 있으며 여기서 전문인력들이 양성되고 있다. 세종학당 교사에 지원자가 늘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상항이다.
송 이사장은 이에 대해 "현지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한국어 교사를 요구하고 있다"며 "국내적으로는 일자리를 만들고 해외에서는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He is… ▲1956년 대전 ▲1993년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학사ㆍ박사 ▲1993년~ 현재 부산외국어대 한국어문학부 교수 ▲1999~2001년 핀란드 헬싱키대 동아시아학과 초빙교수 ▲2005~2009년 이중언어학회 회장 ▲2005년~ 한국어교원자격심사위원회 위원장 ▲2007~2011년 부산외국어대 기획처장 ▲2011년~ 국어심의회 위원 ▲2011~2012 한국어세계화재단 이사장 |
■ 세종학당은 세종학당은 한국어ㆍ한국문화를 보급하는 국가 대표 브랜드다. 현재 전세계 51개국에 117곳이 운영되고 있다. 2010년 12개국 23곳에서 불과 2년여 만에 5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2만8,000여명의 외국인이 이곳에서 한국어를 공부했다. 재단은 앞으로도 매년 20개 정도를 새로 지정해 총 200개의 학당을 운영할 계획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에 22곳으로 가장 많고 베트남 7곳, 터키 6곳, 미국 5곳, 몽골 4곳, 필리핀 4곳, 카자흐스탄 4곳, 러시아 3곳, 일본 2곳 등이 있다. 세종학당은 해외에서 2009년부터 지정되기 시작했다. 2001년 설립된 민간재단 '한국어세계화재단'이 운영을 맡다가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법정재단인 '세종학단재단'으로 확대 개편되면서 양과 질적인 면에서 모두 급성장했다. 세종학당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시설과 인력 등 자격요건을 갖춰야 하며 지정 후 세종학당재단으로부터 지원금 및 교육프로그램, 전문교원 파견의 혜택을 받는다. 세종학당의 우선 교육대상은 재외교포가 아닌 외국인이다. 재외교포는 한국교육원이나 한글학교 등 기존 한국어교육기관이 맡는다. 하지만 실제 교육과정에서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있다. 이를 위해 관련 기관들 간의 긴밀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종학당은 인터넷 교육을 위해 '누리-세종학당(www.sejonghakdang.org)'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 현재 가입 회원수는 2만1,515명으로 중국ㆍ미국ㆍ베트남ㆍ일본ㆍ러시아 순으로 방문자가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