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쿨버스도 우리 재생타이어 써요

■ 국내 생산 1위 대호산업 박종혁 대표
캐나다 등 20개국 수출… 올 3000만불탑 수상도
'대호' 상표로 97% 판매… 미쉐린·금호 OEM 미미
"안전성 문제 전혀 없어 부정적 인식 고쳐야"

"우리 제품은 대기업 신품타이어 대비 90% 이상의 품질을 보장합니다. 우리가 수출한 재생타이어가 미국 스쿨버스에 사용될 정도로 안정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8일 광주광역시 하남공단 대호산업 본사에서 만난 박종혁(54·사진)대표는 재생타이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재생타이어 시장이 커지려면 인식 개선이 첫 번째"라며 "승용차 타이어를 포함해 미국은 전체타이어 중 48%, 캐나다는 55%가 재생타이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자원 하나 안 나는 나라에서 재생타이어를 터부시하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대호산업은 품질 관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재생타이어의 원료는 크게 트레드와 원단인 사이드로 구성되는데 트레드는 새 것으로 자체 제작하고 있다. 타이어 본체인 사이드 역시 철저하게 안정성을 검증하고 있다. 박 대표는 "원단(폐타이어) 100개가 들어오면 이중에 검사를 통해 10개 이상은 손해를 보면서도 폐기하고 있다"며 "차량 특성에 맞게 제품을 만들고 품질을 관리해 시장 진입 7년 만에 업계 1위를 따라 잡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1993년 설립된 이 회사는 1995년부터 재생타이어 생산에 나섰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내수시장이 움츠러들자 과감하게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그 결과 2007년만 해도 내수 대 수출 비중은 7대3 정도였지만 현재는 완전히 역전돼 전체 매출액 대비 수출이 60%가량을 차지한다. 해외시장 개척에 힘쓴 대호산업은 지난해 2,000만불 수출탑에 이어 올해 3,0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박 대표는 "현재 미국, 캐나다, 중남미 등 20여개국에 수출 중이고, 과테말라에 가보면 대부분 우리 회사 제품일 정도"라며 "이전부터 꾸준히 해외시장을 개척해 회사를 키워가고 있는데, 사정도 모르면서 국내시장을 독식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일부 언론을 보면 답답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국내시장은 소비자들 인식도 안 좋고 경기 침체로 점점 줄어들고 있어 확대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올해 대호산업의 총 생산량은 29만본 수준. 이중 1만본이 금호타이어와 미쉐린 등 대기업의 OEM 납품 물량이다. 미쉐린과는 올해부터 손을 잡았다. 미쉐린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만업체와 OEM을 통해 생산한 제품을 국내에 들여 왔으나, 물류·시간 문제 등으로 OEM업체를 바꿨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국내시장이 워낙 안 좋은 탓에 올해 성적은 부진하다.

박 대표는 "작년만 해도 미쉐린이 국내서 7,000본 정도를 팔았는데, 올해는 11월 누적 2,650본으로 연말까지 다해도 3,000본이 안될 듯하다"며 "미쉐린은 당장 양을 늘리기 보다 향후 선진국처럼 재생타이어 시장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엄격하게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쉐린 재생타이어는 심지어 대기업 신품타이어도 더 비싸거나 비슷한 가격으로 미쉐린만의 고객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기업과 언론이 공표한 '외국계 점유율 15%'에 대해 얼토당토 않은 주장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는 "15%는 브리지스톤 벤닥에 미쉐린까지 더해 대충 예상한 수치 같은데, 벤닥은 예전부터 있던 업체로 트레드만 공급해줘 이제 와서 논란이 되는 것조차 말이 안된다"며 "미쉐린도 3,000본도 되지 않는데 외국계 기업 득세는 도데체 어디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오히려 박 대표는 국내 대기업의 역할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대기업에 재생타이어 시장에 들어오면, 더 좋고 더 비싼 제품을 만들어 전체 시장 파이를 늘려 어엿한 산업군으로 자리잡길 기대했었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점점 작아지는 시장에서 중소기업과 밥그릇 싸움만 할거면 차라리 대기업이 빠지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또 "원단 수거 과정을 보면 이 사업은 정말 영세해 대기업이 할만한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대기업은 마음만 먹으면 목표량을 무조건 늘리는 만큼 적합업종이라도 지정돼야 대기업 시장 확대를 막을 수 있다"며 "재생타이어에 대한 국민들과 공무원들의 인식을 바꿔 자원도 아끼는 한편 우리 업체들도 품질에 힘써 불량 재생타이어를 내놓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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