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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건설 前부장 공금 900억 가로채 잠적
신한銀측 업무상 과실 가능성도 밝혀져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전 동아건설 직원 두명이 약 900억원에 달하는 회사 채무변제금을 위조계좌로 빼돌려 가로챈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동아건설 신탁계좌를 관리하는 은행의 업무상 과실 가능성까지 밝혀져 향후 양측 간 책임공방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14일 은행에 보관된 회사의 채무변제금 약 900억원을 빼돌린 혐의(사기 등)로 동아건설 자금담당 과장 유모(37)씨를 구속하고 공범인 자금담당 부장 박모(48)씨의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검거에 나섰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 등은 지난 3월4일 위조한 지급청구서로 신한은행에서 240억원을 인출해 빼돌린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같은 수법으로 8차례에 걸쳐 채무 변제금 890억여원을 임의로 만든 회사 계좌 등으로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 등은 채권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빚을 청구한 것처럼 지급청구서ㆍ송금리스트 등 서류를 꾸며 은행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측은 위조된 지급청구서가 아니라 정식으로 작성된 지급청구서를 근거로 자금을 지급했다며 절차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사건 과정에서 관련 은행의 업무상 과실 가능성이 밝혀졌다. 동아건설은 해당 자금을 신한은행의 특정금전신탁계좌(에스크로계좌)에 예치했는데 신한은행 측이 해당 계좌 특약에 명시된 신탁재산 운용 및 지급내역을 계약이 맺어진 2007년 11월 이후 단 한차례도 동아건설 및 채권자(11개 금융기관)에 제출하지 않은 것이 서울경제 취재결과 확인됐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측은 "그동안 지급내역 미제출 문제를 동아건설이나 채권단이 한차례도 문제 삼지 않아 사실상 묵인해온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자금이 인출됐을 당시에는 통장과 비밀번호ㆍ도장 등이 갖춰졌기 때문에 자금지급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측은 더구나 박모 부장 등이 자행 신탁계좌에서 빼돌린 자금이 타행의 동아건설의 에스크로 및 정기예금계좌에 예치됐었다고 주장하며 박모 부장 등 이외에도 동아건설 내에서 제3의 관계자가 개입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즉 이번 사건의 본질은 금융사고가 아니라 동아건설 내 횡령사건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동아건설 측은 신한은행이 특정금전신탁계약의 특약사항(5조)을 지키지 않았다며 신한은행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건설은 2001년 5월 수천억원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한 후 프라임그룹에 인수돼 정상 경영되고 있다. 그러나 회사 회생자금 1,500억여원은 회생법인의 운용자금과 파산법인의 채권자들에게 갚기 위한 돈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회생절차가 끝난 후에도 파산법인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은행에 신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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