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증시추락…세계가 동반 시름

닷컴·증시추락…세계가 동반 시름 [2000 격동의 지구촌]장미빛 빛바랜 한해 장미빛 희망으로 디딘 첫발이 잿빛 우울함으로 바뀐 한해, 세기초 2000년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한해를 정리할 때마다 등장하는 말-다사다난(多事多難), 올 한해는 특히 더 그랬다. 닷컴이란 신기루로 부풀었던 가슴이 또다시 다가온 위기론에 잔뜩 움츠려들고 있는 상황은 비단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시간을 반추(反芻)해보는 일은 전진을 위한 또 다른 시도다. 본지가 앞으로 8회에 걸쳐 지난 1년 국제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의 본질을 다시 헤아려 보고자 함은 그 같은 의미다. 지난 97년말 아시아를 중심으로 몰아친 국제 금융시장의 위기가 극적 반전의 전기를 맞은 건 지난해인 1999년. 세기말의 어둠은 기우였고 세기초, 2000년의 출발은 비교적 산뜻했다. 올해 세계 경제계 중심축은 단연 미국경제. 정보 기술(IT) 혁명을 근간으로 한 이른바 '신경제'라는 이름의 새 연료는 선순환적 경기 상승의 모멘텀이 되며 미국 경제를 브레이크 없는 '탄환 열차'로 만들었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된 곳은 무엇보다 금융시장. 뉴욕 증시의 움직임은 산넘고 바다 건너 실로 오대양 육대주에 영향을 미쳤다. 온세계 증시가 자고 나면 월가를 바라보고 달러화는 외환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미국의 세계 경제에 대한 이 같은 막강 영향력과는 별개로 그러나 세계 경제에 먹구름은 여름과 함께 왔다. 닷컴 기업들에서부터다. 수익모델이 없는 대부분 닷컴 기업들에 신규투자가 줄며 세계 전체에 닷컴 위기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거품이 잔뜩 낀 주가가 출렁대며 시장은 침체됐고 미국의 경기 둔화세와 맞물린 기술주들의 실적 부진은 마침내 결정적으로 미 증시와 세계 증시를 수렁속으로 몰아 넣었다. 지난해가 '닷컴의 해'였다면 올해 2000년을 규정할 수 있는 말은 바로 '닷컴 거품 제거의 해'다. 미국조차 흔들리는 이 같은 상황속 정정 불안과 구조조정 실패, 여기에 외환시장 불안, 고유가 등 대외 악재까지 겹치며 IMF 망령에서 벗어나기도 전인 아시아는 다시 풍랑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이 지역 국가 거의 모든 증시가 휘청대며 경제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특히 남미의 경우 일부 국가가 모라토리엄 직전 상황으로까지 몰려 자본의 탈출이 줄을 잇는 등 2000년 말 전세계 경제는 바야흐로 혼돈의 상황이다. 이 같은 추세에 전 세계 산업계에 나타난 올 또 하나의 특징은 기업들간 합종연횡.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이기로 살아 남으려는 시도는 특히 세계 통신업계 재편을 부채질했다. 이와함께 신경제, 특히 인터넷 혁명기에 진입하며 그 변혁의 대가를 톡톡이 치르는 사례들도 줄을 이었다. 도메인 선점 문제를 비롯, 냅스터사 피소, MS 분할 소송 등은 격변의 시대에서 겪는 진통과도 같은 대표적 경제 사건들이다. 한편 생산체계의 다원화와 국경없는 지구촌으로 표현되는 세계화의 진전 상황에서도 지역 블록화가 가속화되며 지구촌 곳곳에서 무역 분쟁이 심화된점은 아이러니다. 그 모순의 상황속 한층 조직화된 반 세계화 물결은 국제화 관련 회의 장소 곳곳에서 제도권과 바리케이트를 사이에 두고 맞섰다. 선진국 주도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환경보호론자들과 무정부주의자 등 관련 단체들의 주장들 중 부의 재분배와 제 3세계국들의 빈곤 퇴치 등의 문제가 일반의 공감을 상당부분 끌어낸 것도 올해 뚜렷해진 경향이다. 이밖에 또 하나의 중대한 역사적 사건은 지난 6월 미국의 인간 게놈 지도 최초 완성이다. 이 기념비적 진전은 올해를 인간 생명의 신비에 실질적으로 다가간 원년(元年)으로 자리매김시키며 유전자 산업 혁명 시대의 본격 도래를 강력히 예고했다. 홍현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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