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의 취임과 함께 금감원에 인적 쇄신이 시작됐다. 최종구 수석부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부원장과 부원장보 등 금감원 임원 12명이 조만간 일괄 사표를 제출한 뒤 선별 수리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수석부원장 자리를 놓고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물밑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인사 결과에 따라 금융당국과 일부 금융 공공기관의 연쇄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진 원장은 부원장과 부원장보 등 임원 12명의 사표를 일괄 제출 받아 이달 말까지 후속 인사를 마무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금감원 서열 2위인 최 수석부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최 수석부원장의 용퇴는 예견된 일이다. 행시 25회인 최 수석부원장은 행시 28회인 진 원장이 취임하면서 관례에 따라 옷을 벗었다. 나머지 현직 임원들이 제출한 사표에 대해서는 진 원장이 선별 수리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내에서는 최 수석부원장을 비롯해 금감원 부원장 1~2명과 일부 부원장보들이 옷을 벗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원에 오른 지 2년여가 넘었거나 진 원장보다 나이가 많은 임원들이 주요 대상이다. 현재 부원장보 이상 임원들 가운데 55세인 진 원장보다 나이가 적은 임원은 2명뿐이다. 다만 금감원 내에서는 나이에 따른 서열화가 그리 강하지 않아 대폭 물갈이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러난 최 수석부원장의 후임에는 정은보( 28회) 기재부 차관보, 정지원(27회) 금융위 상임위원, 이해선(29회) 금융정보분석원장, 고승범(28회) 금융위 사무처장 등이 꼽힌다.
정 상임위원은 진 원장보다 고시 선배이기는 하지만 연배가 어리다. 이 원장은 진 원장의 고시 후배로 모양새가 좋고 금감원 내에서 평판이 좋다는 것이 강점이다.
당국 내부에서는 금융위의 인사 적체가 심각한 만큼 금융위 출신이 수석부원장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재부의 경우 최경환 부총리 취임 이후 1급 인사 적체가 상당히 풀린 상태다. 하지만 판세는 예단하기 힘들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기재부는 금감원장 자리가 금융위 몫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수석부원장 자리는 기재부가 차지하려 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전임 최 수석부원장의 경우 기재부 차관보에서 수석부원장으로 옮겼다.
금융당국 내부 고위직들의 인사 이동은 금융계 전반의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관피아 논란으로 민간회사나 협회 진출은 꽉 막혀 있지만 국책은행이나 공공기관에는 당국 고위직들이 이동할 수 있는 창구가 조만간 나온다.
내년 초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통합 산업은행 부회장을 뽑아야 하고 새로 출범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의 원장 및 임원에도 당국 고위직들이 이동할 수 있다.
내년 초에는 금융투자협회 부회장과 은행연합회 부회장 등의 자리도 줄지어 생긴다. 손해보험협회 등 협회 자리도 금감원 출신들에게는 노리기 적합한 곳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제한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만큼 인사를 둘러싼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