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신년기획] 내수경기 살아날까

소비 '기지개' 하반기 침체 벗어난다
상반기중에 민간소비 마이너스 행진 마감…가계빚 안정·투자전망도 밝아 '봄날 기대

꽁꽁 얼어붙은 내수 경기가 새해에는 살아날까. 내년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수출 증가율 하락이 기정 사실화되고 있어 내수경기가 얼음장을 뚫고 살아날 것인가의 여부는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예스(Yes)’다. 신용 버블과 붕괴, 부동산 버블 이후 8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소비는 내년 상반기 중 적어도 플러스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는 데 국내외 전문가들의 전망이 일치한다. IIMF는 최근 한국경제 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제는 지난 2년 동안의 조정을 거치면서 지금은 국내 성장 엔진이 재가동될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다른 국가들의 신용 팽창-붕괴 경험에 비추어볼 때 한국의 가계 저축률 증가속도는 2005년부터 둔화되면서 소비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경제연구소는 “그동안 경기 순환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부진양상이 지속되었던 내수 경기가 내년 하반기부터 부진에서 벗어나게 될 전망”이라며 “내년 2ㆍ4분기중 저점을 지나 하반기부터 진입될 10번째 경기 순환기는 내수가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수 경기 낙관론의 가장 주요한 근거는 2~3년 전 급격히 늘어났던 가계 ’빚’이 그 동안의 조정기를 거쳐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신용증가율은 2001년 25.6%, 2002년에는 32.6%로 급증했으나 2003년 19.3%, 2004년 3ㆍ4분기까지 3.8%로 급격히 둔화중이다. 반면 소비와 밀접한 판매신용 증가율은 지난해 2ㆍ4분기 –6조원, 3ㆍ4분기 -6조 1,000억원 등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으나 올 3ㆍ4분기에는 –2,500억원으로 감소세가 크게 둔화했다. 문제는 회복의 정도다.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내년 소비 증가율은 대략 2~3%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와 함께 내수의 양 축을 지탱하는 투자 전망은 이보다는 밝다. 최소 4.3%(현대경제연구원)에서 최대 10.4%(금융연구원)로 예상되고 있다. 고용은 내년에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 KDI)등은 내년 경제 성장세가 대규모의 고용을 창출하기에는 미약한 수준이어서 실업률이 올해(3.5%)와 비슷하거나 이보다 다소 높은 3.6%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고용 사정은 내년 상반기 중 실업률 3.7%로 크게 악화되다가 하반기 들어 3.4%로 소폭 나아질 전망이다. 고용을 내년 경제정책의 화두로 삼은 정부의 의지가 과실을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내수 증가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여지는 아직 충분하다. 정부가 구상중인 신용불량자 추가 대책과 건설 등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해 추진중인 대규모 공공 투자가 그 한가지 가능성이다. 기업들도 향후 경기 회복에 대비, 고용과 설비 투자를 미리 늘린다면 내년 우리 경제는 전체 성장률은 낮아질지언정 체감 경기는 다소 풀릴 전망이다. 내년 수출 증가율이 올해 (30%대)보다 낮은 10%내외가 되겠지만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2,500억달러)보다 늘어난 2,730억 달러가 될 것이라는 전망(한국은행)은 ‘세계 경영’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이 염두에 둘 사항이다. 내년 삼성이 올해 대비 15.2% 늘어난 총 21조 2,000억원을 투입키로 한 것 역시 기업들의 내년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국회와 청와대 등 정치권이 목표대로 ‘민생 안정’에 치중하는 동시에 각 경제주체들을 다독이며 자신감을 북돋워준다면 ‘봄’은 더욱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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