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건축이야기] 15. 지진대비 건축물

특히 지난 8월 2만여명이 사망한 터키 지진(규모 7.8), 4,000여명이 희생된 타이완지진(규모 7.3) 등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했다.우리나라도 90년대들면서 지진발생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80년대 10년간 16건이 발생했지만 91~98년 25건, 올해는 무려 36건이 일어났다. 지진의 크기는 규모로 표시한다. 사람들이 감지할 수 있는 규모는 3.0이상.우리나라는 연평균 9회 발생하지만 올해는 16회나 일어났다. 5.0은 건물이 균열되기 시작한다. 78년 홍성 지진이 대표적이다. 6.0이 넘으면 강진으로 건물이 균열되고 부실한 건축물은 붕괴된다. 6.5~7.5정도면 건축물의 30%이상이 파손된다. 지진에 견디는 구조를 내진구조라 한다. 내진구조로 건축하면 전체 구조체공사비의 10~30%를 추가로 들여야 한다. 하지만 내진구조라고 해서 모든 지진에 견딘다는 것은 아니다. 터키나 타이완 정도의 지진이라면 당장의 붕괴는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100%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 건설교통부는 내진구조의 보강과 내진설계 대상의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내진설계 기준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88년. 지진의 발생빈도에 따라 2개구역으로 구분, 다소 안전한 지역을 1구역, 상대적으로 주의가 요구되는 지역을 2구역으로 정했다. 6층 이상 1만㎡이상인 건축물은 1·2구역 모두 내진설계를 해야 한다. 또 지진2구역의 1,000㎡이상인 종합병원·병원·방송국·공공업무시설 등과 연면적 5,000㎡이상인 관람집회시설·운동시설·운수시설·전시시설·판매시설, 6층 이상인 숙박시설·오피스텔·기숙사도 내진설계 대상이다. 설계도 중요하지만 시공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터키의 경우 사망자가 더 많았던 이유는 부실시공에 있었다. 악덕 건설업자 벨리 교체르(55)가 날림으로 지은 16동의 아파트 중에서 13동이 완전 붕괴됐다. 과연 우리나라는 그런 악덕 건설업자는 없는 것일까.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의 붕괴사고를 미뤄 볼 때 결코 안심할 수 없다. 또한 아무리 잘 지은 건물이라도 관리가 엉망이면 지진에 견딜 수 없다. 벽식구조로 된 고층아파트의 벽체를 함부로 철거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발코니를 거실로 만들고 거실을 터서 방으로 만드는 등의 불법행위는 살인행위와 다를 바 없다. 설계를 잘하고, 시공을 철저히 하고, 건축물을 규정대로 잘 사용한다면 설령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경우 불시의 재난에 속수무책일 때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재해 없는 2000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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