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판정 이해 못 해'…러시아 아이스하키팬 집단 시위

러시아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맞수 미국에 지자 러시아 아이스하키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고르 에론코 러시아 하키 전문 기자는 17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이날 오전 러시아 모스크바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러시아 팬들이 시위하는 사진을 올렸다.

러시아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팬들은 경기 심판을 본 브래드 마이어(미국)를 겨냥, ‘심판을 비누로 만들어라’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설치했다.

특정인을 비누로 만들라는 표현은 러시아 관용어로 해당인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낼 때 쓰인다.

러시아 아이스하키 팬들에게 분노를 안긴 경기는 15일 러시아 소치의 볼쇼이 아이스돔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A조 조별 리그 러시아와 미국전이다.

양팀이 2-2로 맞선 3피리어드에서 러시아의 수비수 페도르 튜틴의 슛이 골망을 갈랐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결과 심판은 미국 골대가 원위치에서 살짝 벗어났다며 러시아의 골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이날 경기에서 러시아는 승부치기 끝에 미국에 2-3으로 무릎 꿇었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인기 종목에서 아쉽게 지자 러시아 내에선 편파 판정 논란이 들끓었다.

특히 2명의 심판 가운데 1명이 미국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러시아 팬들의 분노감은 들불처럼 퍼졌다.

러시아 내 편파판정 논란에 콘스탄틴 코미사로프 국제아이스하키협회 심판위원장은 국제 규정상 마이어의 판정은 정확했고 비디오 분석한 것도 올바른 선택이었다며 마이어의 손을 들었다.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심판도 가끔 실수할 때가 있다”며 “스포츠 승패는 실력뿐 아니라 선수들의 심리나 행운 같은 요소도 작용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논란을 잠재우려는 태도를 보였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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