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한국자본 유치 및 한국과의 공동대북투자를 위해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가 다음달 8~9일 방한, 러시아 극동지역 투자를 요청하는 한편 북한에 대한 공동투자를 제안할 예정이다. 사전 정지작업을 위해 알렉산드로 갈루슈카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이 27일 이틀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갈루슈카 장관은 이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을 각각 면담했다. 그는 윤 장관에게 오는 2017년까지 지정할 '선도경제개발특구'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지원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장관과는 블라디보스토크·보스토치니 등 극동 5대 항만 현대화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갈루슈카 장관은 이어 28일 오후3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만나 개성공단의 러시아 기업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고 남·북·러 3각 협력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현재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시범사업으로 시베리아산 유연탄 운송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이에 대한 평가 및 향후 진전 방향에 대한 의견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러시아 토목건설회사 모스토빅이 진행 중인 250억달러(약 26조원) 규모의 북한 철도현대화 사업에 한국 측의 참여를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17~24일 북한의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했을 당시 갈루슈카 장관도 배석한 만큼 최 비서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서도 우리 측에 설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갈루슈카 장관은 올 들어 3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해 북·러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트루트네프 부총리 역시 4월 북한을 찾아 북·러 경제협조 합의서에 조인한 만큼 북한과의 경제협력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5월 구소련 시절 북한의 채무 110억달러(약 12조원)를 최종 탕감하기로 결정했으며 무역대금 루블화 결제, 북·러 합작 나진항 3호 부두 준공, 북한 철도현대화 사업 등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처럼 한반도에 경제협력의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미국·유럽연합(EU) 등 서방국가들의 제재 및 국제유가 하락으로 악화된 경제상황을 한반도와의 협력을 통해 개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상준 국민대 교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극동지역 개발을 정부 핵심과제로 삼았지만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러시아 경제가 악화된 상황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주변국가 중 한국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