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세계경제] 수렁속 일본경제

「2년 연속 마이너스 경제성장, 100조엔의 금융기관 부실채권, 45년만에 최대 실업률,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자의 급증, 상반기 도산건수 1만여건 돌파로 사상최대 기록...」전후 최대의 경제불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을 대변해주고 있는 경제지표들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에 의해 국채신용등급이 최상급인 AAA에서 AA1로 한단계 강등되는 수모를 당했다. 일본 국민들이 경제난에 대해 느끼고 있는 감정은 거의 패닉상태. 종신고용의 신화가 무너지면서 1억 중산층이라는 자랑도 옛말이 되고 있으며 잠재실업률은 10%로 정부발표 실업률 4.3%를 두배이상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느끼고 있는 경기도 꽁꽁얼어붙은 상태다. 상장기업의 80%가 내수부진과 아시아 경제위기 영향으로 매출이 7.9% 줄고 순익도 23.7% 떨어져 12년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일본 최고 기업 도요타는 올 상반기(98년4월~98년9월)에 매출이 전년동기보다 11% 감소한 6조1,896억엔, 순익은 20% 떨어진 1,926억엔을 나타냈다. 명문기업으로 손꼽히는 히타치(日立), 도시바(東芝)도 48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의 핵심기업들이 경제불황에 좀처럼 맥을 못쓰며 비틀거리는 등 제조업 강국인 일본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벤처기업들도 불황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있다. 한때 불황돌파의 주역으로 각광받았던 벤처기업은 부실채권으로 허덕이는 금융기관들이 자기자본비율(BIS)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줄이면서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대기업이 벤처기업의 영역을 넘보면서 8월까지 51개 벤처기업이 도산, 지난해 전체 도산건수에 육박했다. 경제전문가들은 『3·4분기에 기업의 투자가 4.6%나 줄고 주택건설 투자와 소비지출이 각각 6.2%, 0.3% 감소하는 등 디플레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10월 의회에서 통과된 금융재생법안과 지난달에 발표한 24조엔에 달하는 사상최대 규모의 긴급 경기부양책이 일단 급한 불을 껐다고 판단, 일본경제가 내년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0조엔에 달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공공자금을 투입하면서 금융 시스템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경기부양책으로 기업의 자금난, 고실업률 등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사카이야 다이치 경제기획청 장관은 최근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어렴풋이 변화의 태동이 느껴진다』면서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의 경제대책이 어느 정도는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나 소비세율 인하, 감세 등 보다 강력한 부양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인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