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10월 28일] 무늬만 복지 정책

요즘 여권 인사들은 복지를 입에 달고 산다. 정부는 내년 전체 국가예산의 30%에 가까운 86조원을 복지에 쏟아부었고 저출산 대책으로 4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여당은 중산층까지 아우르는 복지, 사각지대 없는 복지를 하겠다고 주장하더니 일부 의원들은 '복지청'을 신설하자고 한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많은 복지 정책이 현장에 제대로 전달될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중앙에서는 보냈는데 현장에는 도착하지 않고 불용처리 되는 복지 예산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례가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에 이어 내년 예산안에 포함한 저소득층 대학생 근로장학금 사업이 사업은 도입 첫해인 지난 2009년 2,700억원이었다가 내년에는 75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중앙정부가 실시하지만 해당대학이 예산의 25%를 함께 부담하는 '매칭 사업' 형태인 이 사업을 실시하면서 일부 대학은 '돈이 없다'며 예산을 부담하지 않았다. 정부는 매칭 사업의 원칙에 따라 편성한 예산을 집행하지 못했다. 그 결과 그 해 쓰지 않은 만큼 다음해 예산에서 깎인 것이다. 이로 인해 처음 대학생 9만 여명이 혜택을 봤던 이 사업은 내년에는 2만 5,000여명만 근로 장학금을 받게 됐다. 정부는 사립대학에 집행을 강제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 한나라당 의원은 "매칭 사업에서 해당 지역 집행자가 돈이 없다고 물러서면 예산은 집행하나 마나"라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복지 예산을 늘렸다며 '프라이드'(자부심)를 갖고 있더라"고 토로했다. 매칭 사업은 복지 정책을 실시할 때 중앙과 지방이 예산 부담을 나누면서 책임감을 강화하기 위한 묘안이다. 그러나 중앙과 지방의 집행기관들이 서로 공을 넘기면서 서민들만 사각지대에 내몰리게 됐다. 안상수 대표가 27일 "서민ㆍ중산층의 가장 큰 고통은 대학 등록금으로 대책을 계속 개발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말로만 복지를 늘리지 말고 이미 정한 집행액이나 채우는 정책의 효율성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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