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 창시자 칼더를 만나다

국제갤러리 개인전
모빌·스테빌 6점 선봬

알렉산더 칼더의 'Black Mobile with Hole' /ⓒ2012 Calder FoundationㆍArtists Rights Society(ARS), 사진제공=국제갤러리

현대 추상조각의 선구자이자 움직이는 조각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칼더(1898~1876)의 애호가들에게 지난 5월 8일 뉴욕의 밤은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칼더의 작품 'Lily of Force'가 1,860만 달러(약 214억원)에 팔린 것. 이는 당시 책정된 작품의 높은 추정가인 1,200만 달러를 훌쩍 넘었으며, 경매에서 거래된 칼더의 작품 가운데 최고낙찰가 기록을 경신한 것이었다. 꾸준히 가격이 상승 중인 칼더 작품의 인기를 그대로 보여준 쾌거였다.

세계적인 작가 알렉산더 칼더의 조각전이 'NOIR'(누아르ㆍ불어로 '검정'이라는 뜻)라는 제목으로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8월17일까지 열린다. 국내에서 열린 칼더의 개인전은 2003년 이후 두 번째이며, 국제갤러리의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칼더 재단'과 협력해 마련한 전시다.

출품작은 '움직이는 조각'인 모빌(Mobile) 2점과 '정지된 조각'인 스테빌(Stabile) 4점으로 구성됐으며 모두 검은 색이다. 193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에 제작된 대표작들로, 백색의 전시장을 채운 검정색 작품들은 우아한 동양미마저 풍길 정도로 미니멀하다. 특히 공중에 매달린 모빌은 평면에 머무르던 드로잉의 역동적인 선(線)을 공간으로 이동시킨 작품으로 유려한 생동감을 불러 일으킨다. 과학적 발명에 가까웠던 이 혁신적인 작품에게 '모빌'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이는 마르셀 뒤샹이었으며, 장 폴 사르트르는 "백조와 같은 우아한" 움직임을 지닌 "물질과 생명 중간쯤"이라는 표현으로 극찬한 바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방한한 칼더의 외손자인 칼더재단의 알렉산더 스터링 칼더 로워 이사장은 "보통은 칼더 작품에서 색상, 형태, 움직임을 중요한 3요소로 꼽는다"며 "그러나 관객은 공간에 자리잡은 '모빌' 앞에서 시간을 두고 그 움직이는 순간을 경험하기 때문에 할아버지(칼더)의 작품은 '공간과 시간의 예술'임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하학적 구성과 원색의 작품으로 유명한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업실을 방문한 뒤 추상조각에 심취한 칼더는 평면의 추상성을 3차원의 입체로 끄집어 냈다. 빨간색 등 원색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전시는 오직 검은색의 작품만을 전시함으로써 작가에게 있어 색채가 얼마나 중요했는 지와 함께 물성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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