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등 야권은 26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중도실용 노선 강화 및 친(親)서민 행보에 대해 '정치쇼' '환상' '궁여지책'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력 비판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 확대간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대운하를 하려면서 녹색이라는 말을 갖다 붙여 오염시키더니 이제는 중도ㆍ서민이라는 말도 오염시키려고 한다"면서 "이 대통령은 국민과 야당이 요구하는 사과와 국정쇄신, 국정철학과 기조의 변화는 안하고 정치쇼에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이어 "사교육을 조장해 사교육비를 올려놓고 이제 와서 사교육 대책을 갖고 참모를 질책하느냐"며 "전기ㆍ가스료를 인상하고 담배ㆍ술ㆍ유류에 대해 증세한다고 하는 등 서민들은 이 정권의 무능한 물가정책 때문에 죽을 지경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 대표는 특히 "이 정권은 이미지 리모델링을 시도하는 것 같은데 국정기조를 리모델링해야 한다"며 "정치쇼와 이벤트가 절대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5역회의에 참석, "유연성 있는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있을 뿐이지 우나 좌, 보수나 진보의 이념을 떠난 무색 투명한 중도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도실용이라는 환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또 "지금까지 사회적 강자와 부자, 즉 기득권층과 보수의 입장에 서 온 이 정권이 이제 서민정책을 펴겠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주장해온 따뜻한 보수의 길을 천명하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좌나 우를 떠난 중간지대, 즉 중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중도와 보수주의가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전혀 모르는 소치"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전날 6ㆍ15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 준비위원단 오찬에서 이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에 대해 "백성의 힘은 무한하며 진 일이 없다"면서 "이 대통령이 최근 보수에서 중도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민심이 심상치 않아 궁여지책으로 그런 것"이라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