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로펌 성공시대] <8> 법무법인 세창

1992년 출범 후 해상 소송분야 한우물
제5금동호 기름유출 사건때 IOPC에 배상판결 이끌어내
해상분야 로펌평가 국내 1위
거가대로 연 530억 절감 견인… 민간투자사업 자문서도 두각

김현(57·왼쪽)·송해연(45)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가 3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 앞에서 최고 로펌으로 성장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23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세창은 해상 분야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강소로펌이다. /권욱기자

1996년 7월 7일 냉동생선 850톤을 싣고 항해하던 어획물운반선 야요이호가 인도네시아 중부연안 라시섬 근처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모두가 이 사실에 안도하는 가운데 법무법인 세창은 사고를 미심쩍게 바라봤다. 세창은 당시 야요이호에 25억원의 선박보험을 들어줬던 현대해상을 대리하고 있었다. 야요이호 선주가 사고 직전에 보험액을 많이 증액시킨 데다 선원들의 대피 과정도 지나치게 순조로웠다는 점이 미심쩍었다. 보험금을 노린 고의 침몰의 냄새가 난 것이다.

세창은 현대해상에 건의해 사고 현장에 다이버를 급파했다. 그 결과 만지지 않는 이상 열리지 않는 기관실 내부의 밸브와 여과기 뚜껑 등이 열려 있었던 사실을 알아냈다. 항해 당시 기상 상태가 양호하고 좌초가 일어날 만한 특별한 충격도 없었다는 점도 밝혀냈다. 세창은 이런 점들을 종합해 야요이호 선주가 선원들과 짜고 배를 고의로 침몰시켰다고 결론 내리고 현대해상과 함께 선주 측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1·2·3심 모두 승소였다. 선박 보험사기는 사고 현장이 바다라는 특수성 때문에 증거 확보와 사기 증명이 어렵다. 야요이호 사건은 이런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사기 혐의를 증명해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법무법인 세창은 1992년에 설립돼 2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해상전문 로펌이다. 건설과 금융, 지적재산권 등의 업무도 아우르지만 세창의 뿌리와 강점은 단연 해상 분야다. 올해 영국계 유명 법률출판사 리걸이즈(Legalease)가 아시아지역 로펌을 평한 '아시아퍼시픽 리걸500(Asia Pacific Legal 500)'에서 해상분야 국내 최고 로펌으로 선정됐다는 점만 봐도 세창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세창은 이 평가에서 2001년부터 해상분야 로펌 1~2위 그룹을 놓치지 않았다.

세창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무게감 있는 사건들을 도맡아 해결해왔다. 1996년 제5금동호 기름유출 사건 때 국내 최초로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유조선에서 기름이 유출되면 피해자들은 사고선박 선주에게 보상금을 받고 모자라는 금액은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에서 받을 수 있다. 금동호 이전까지는 이런 규정이 있었음에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세창이 첫 사례를 남김으로써 이후 IOPC에 손해배상을 받는 관행이 자리잡을 수 있었다.

올 4월 세창은 STX가 "우리가 실은 화물이 운송 과정에서 줄어든 데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선박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대리해 승소하기도 했다. 이는 영국 해상법 법리에 얽매여 있었던 관행을 끊은 사례여서 또 하나의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동안 화물이 운송 과정에서 이상이 생겨도 선주가 미리 '우리는 화물의 무게와 품질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내용의 '부지(不知)약관'을 작성하면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세창은 기존 관행에 얽매일 필요 없다며 과감하게 소송을 추진해 승소했다.

세창은 민간투자사업 자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거가대로 민간투자사업을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에서 비용보전(SCS) 방식으로 바꾼 게 대표적인 사례다. MRG 방식은 민간자본이 투입되는 사업에서 예상수입을 밑돌 경우 정부가 사전에 약속한 최소수입을 민간사업자에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혈세 먹는 블랙홀'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세창은 거가대로 사업 주무관청인 부산시와 경상남도를 대리해 투자금과 운영비용에서 운영수입을 뺀 만큼의 금액만을 보장하는 SCS 방식으로의 전환을 성사시켜 올해에만 530억여원의 재정절감 효과를 지자체에 안겨줬다. 거가대로의 사례는 2013년도 전국 예산효율화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창은 고객과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해양수산부의 경우 20년 넘게 법률고문을 맡고 있으며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SK해운 등과도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다.

김현 세창 대표변호사는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기업들과는 이제는 그야말로 단짝 같은 사이가 됐다"며 "무리하게 덩치를 키우기보다 최고의 전문성을 갖추는 데 매진한 점, 의뢰인과 함께 커가자는 모토 아래 한결같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한 점 등이 해상 분야 최고의 로펌으로 자리매김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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