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을 무리하게 따낸 뒤 미처 사용하지 못하고 다음해로 넘겨 쓰는 정부 부처의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7일 내놓은 ‘2003년도 결산 및 예비비지출승인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농림부ㆍ환경부ㆍ재경부 등 11개 부처는 지난해 41개 단위사업의 예산을 법정한도인 5%를 넘겨 이월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철도청 등 3개 부처는 전체 기본사업비(일반회계 기준)의 이월률도 모두 5%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예산회계법에 따르면 각 기관의 시설유지나 운영 등에 쓰이는 기본사업비는 당해연도 경비의 5% 이상을 다음해로 이월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부처들은 기본사업비 전체 규모로 이 한도를 지키고 있을 뿐 개별사업비 단위로는 예산 전액 또는 상당액을 이월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처별로는 환경부가 대기측정망유지관리(4억4,000만원), 하천환경용량조사(1억5,000만원) 등 7개 사업비의 예산을 5% 이상 이월했다. 또 농림부는 기획관리실 기본사업비(1억3,000만원) 등 7개 사업을, 해양수산부는 안전관리실 기본사업(3억원) 등 5개 사업의 예산을 이월했다. 재경부도 조세행정기본사업 3개 사업비를 이월했다.
특히 철도청 등 3개 부처는 기본사업비 전체금액도 법정한도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청은 철도사업회계로 604억원(7.4%)을, 산림청은 책임운영기관특별회계로 4억8,500만원(9.4%), 환경부는 환경개선특별회계로 20억원(5.5%)을 각각 이월했다. 또 국유재산관리ㆍ환경개선ㆍ농어촌특별세ㆍ교통시설 등 4개 특별회계는 지난 200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잉여금을 초월한 금액을 이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처럼 특정비목의 예산이 이월되면서 편성취지가 사라지고 예산편성과 집행에 도적적 해이를 가져올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특별회계는 세입징수상황 등을 감안해 이월을 제한하도록 했다”며 “결산상 마이너스 잉여금이 발생한 것은 위법사항으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