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을 응원하게 되긴 처음이다. 더 나쁜 놈을 만나 진땀 빼는 모습을 보노라면 동정심을 넘어 응원의 마음까지 생긴다.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숨 막히는 나쁜 놈들의 이야기. 김성훈 감독의 8년 만의 복귀작 '끝까지 간다'는 오랜만에 관객의 긴장감을 111분 동안 요리하는 웰메이드 범죄 액션영화다.
주인공인 형사 건수(이선균)에게 그야말로 '퍼펙트한 날'이 펼쳐진다. 어머니 장례식 날 차를 몰던 중 어둠 속에 사람을 치고 엉겹결에 시신을 차 트렁크에 숨긴다. 엎친 데 덮쳐 이번엔 비리가 발목을 잡는다. 단속 업소들로부터 챙겨먹은 뒷돈 장부를 경찰 감찰반이 찾아낸 것.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감찰반을 피해 건수는 시신을 어머니 관 속에 숨긴다. "엄마 미안."
감찰도 적당히 마무리되고 시신도 어머니와 함께 땅속에 묻었다. "이제 끝났다"며 한숨을 돌리려던 찰나 걸려온 전화 한 통. "사람 죽이고도 지낼만해요?" 또 다른 비리 경찰이자 목격자 창민(조진웅)은 협박, 폭력, 살인을 서슴지 않고 건수의 목을 조여온다.
영화의 백미는 쉴새 없이 터지는 사건이다. 기계적인 나열에 그칠 수 있는 일련의 사건 속에 깨알 같은 웃음과 반전을 적절히 양념했다. 심각하지만 웃음을 참을 수 없는 묘한 상황 속에 관객석에서는 웃음도 빵빵 터진다. 힘겹게 어머니 관에 시신을 유기했는데 시신 몸속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거나 창민의 차에 폭탄 버튼을 누르고 뒷걸음질 치는 건수에게 창민이 후진해 다가오는 장면에선 관객의 심장과 입꼬리가 함께 들썩인다.
나쁜 놈인 동시에 불쌍한 놈 캐릭터를 소화한 이선균, 덤덤한 듯 광기 어린 악역을 표현한 조진웅의 탄탄한 연기도 단연 압권이다. 두 사람의 대결이 끝나면, 이 영화도 끝일까. 일단 끝까지 가보시라. 제6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청 작품으로 오는 29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