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으로 주식을 사는 미수거래나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에 나섰다가 최근 급락 장세에서 쪽박을 차는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증권사 등에 따르면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반대매매가 줄을 잇고 있다.
반대매매는 증권사가 고객 주식을 팔아 결제대행 대금이나 신용융자에 대한 채권을 확보하는 방식이지만 투자자로서는 손실이 클 수밖에 없는 거래다. 즉, 증권사의 돈을 빌려 매수한(신용거래) 주식의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거나 외상거래로 산 주식(미수거래)에 대해 결제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팔아 버리기 때문에 손실을 만회할 기회도 없다.
신용거래에 대한 반대매매는 공식 통계는 없지만 최근 급락 장세에서 하루에 수백억원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전산을 통해 파악한 결과, 신용거래에 따른 반대매매는 전체 거래액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시장에 크게 부담을 주지는 않지만 최근 그 규모가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며 “많으면 하루 수백억원 규모”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공식 통계가 아니고 부정확할 수도 있어서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할 수는 없다”며 “신용거래에 대한 반대매매 추세는 신용거래 잔고의 감소세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거래 잔고는 작년 말 5조원을 갓 넘는 수준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상승 장세에 개미들이 덩달아 주식 투자에 나서면서 빠르게 늘어 지난달 24일에는 사상 처음 8조원을 넘었고 같은 달 25일엔 8조734억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증시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점차 감소했고 중국발 쇼크로 주가가 급락한 이달 24일에는 7조318억원으로 줄었다. 결국 한달 새 1조원 넘게 감소했다. 이 사이에 코스피는 2,045.96에서 1,829.81로 10%가량 하락했다. 주가가 빠지면서 신용거래 수요도 줄었지만 반대매매로 잔고가 준 영향도 적지 않다는 게 거래소의 추정이다.
신용거래는 일반적으로 고객이 40%가량의 자금을 대고 나머지 대금(신용융자)을 증권사가 빌려줘 주식을 매수하는데, 해당 주식의 가치가 신용융자의 140% 아래로 빠지면 증권사가 주식을 처분(반대매매)한다. 반대매매한 만큼 신용융자 잔고는 준다.
미수거래에 따른 반대매매는 신용거래 반대매매에는 못 미치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규모로 최근 늘어났다. 최근 한달간 미수거래에 따른 반대매매는 1천591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중순에만 해도 하루 40억∼50억원 규모였으나 증시가 급락한 이달 24일에는 164억원으로 급증했다. 미수거래는 고객이 일부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외상으로 사고서 거래 이틀 뒤인 결제일까지 나머지 대금을 내지 않으면 증권사가 결제 대행 대금을 회수하기 위해 반대매매를 통해 계좌에 있는 주식을 파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