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대못 규제] 은행수준 충당금 적립에 저축은행·카드 죽을 맛

<3> 건전성 잣대에 막힌 금융업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같은 2금융권 업체들의 최근 상황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저금리에 가계ㆍ기업부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은 물론이고 자본 건전성을 비롯한 건전성 규제는 은행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는 탓이다.

당장 저축은행은 7월부터 대형사 기준 경영개선권고기준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6%에서 7%로 높아진다. 저축은행과 카드사, 신용협동조합 등은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강화돼 은행 수준으로 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혹시라도 건전성을 해칠 수 있는 영업규제 제한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태다.

금융당국이 쏟아내는 건전성 규제에 금융사들이 말라죽고 있다. 특히 2금융권은 더하다. 은행이나 자산운용업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실버(silver)바 허용이나 해외투자 규제완화, 유니버셜뱅킹 도입 검토와 같은 규제 개선책을 일부 내놓았지만 제2금융기관인 서민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규제를 한층 옥죄기만 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는 제2금융권을 사고뭉치로만 취급하는 금융당국의 시각을 반영한 결과다.

실제 금융위원회의 규제건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금융위의 등록규제 수는 1,065개에 이른다. 2008년 말 대비 380개나 늘었다. 이는 전부처를 통틀어 국토교통부(468개)에 이어 2위다. 반면 공정경쟁과 대기업 규제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기간 106개, 국내 기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168개밖에 늘지 않았다.

게다가 보이지 않는 규제도 많다. 금융위에 따르면 협회 업무지침, 금융 공기업 내부규정, 모범규준 등에 숨어 있는 규제는 756개에 달한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건전성 강화에만 매달린 결과다. 금융당국이 최근 규제완화 방침을 내놨지만 그 내용 중 상당수는 금융사가 아닌 금융 거래자를 위한 것이다. 규제완화의 대상과 방향조차 모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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