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재도약의 과제

불황 속에서도 국내 인터넷산업이 급팽창하고 있고, 특히 선발 닷컴기업들은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시장규모는 작년 94조원에서 2005년에는 3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NHN 등 주요업체들의 실적과 주가도 급상승해 `닷컴 전성시대`의 재도래에 대한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인터넷산업의 양적 성장에 비례해 부작용도 커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터넷은 각종 불법과 탈법의 온상이 되고 있다. 대검찰청 컴퓨터수사과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전산망 침해, 컴퓨터사용 사기 등 각종 컴퓨터 관련 사범은 모두 7,487명으로 전년도 3,144명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구속자수는 1,007명으로 전년도 331명에 비해 3배나 많았다. 뿐만 아니라 스팸메일도 홍수를 이루어 국가적 낭비와 네티즌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와 스팸메일 차단 등과 관련된 여러 규제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인터넷실명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도 격화되고 있다. 급팽창하는 인터넷산업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대해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규제는 최소화돼야 한다. 자칫 소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과오를 범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강국`은 대한민국의 무궁한 자산이며, 이는 네티즌들이 활발하게 참여할 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럼 어디서 해법을 찾아야 하나. 선발 닷컴기업들이 그 일을 주도적으로 떠맡아야 한다. 그 들은 이른바 `혜택받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선발 닷컴기업들의 선구적 아이디어와 꾸준한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결코 없다. 하지만 인터넷과 관련한 제반 환경이 그들에게 특히 유리하게 되어 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초고속인터넷의 경이적인 보급과 정액제로 된 값싼 요금이 없었다면 국내 인터넷시장은 오늘날 이만큼 클 수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들은 `저렴한 비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익을 낸다. 지난 1분기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매출영업이익률은 45.7%, 30.1%를 각각 기록했다. 네오위즈와 옥션도 이 기간에 매출영업이익률이 각각 40.7%, 38.6%였다. 이 기간에 포스코가 23%, 삼성전자 21.1%, 한국전력과 현대자동차가 각각 7.9%,6.1%의 매출영업이익률을 낸 점을 감안하면 닷컴기업들의 수익성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선두 닷컴기업들은 또 여러 면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다. 이들은 검색등록업체와 쇼핑몰 입점업체에 대해 이른바 `갑`의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은 등록비, 광고비 등을 서비스 개선이라는 명분하에 마구잡이로 올려 빈축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선발 닷컴기업들은 이제 달라진 위상만큼 스스로를 통제하는 능력을 키울 때가 됐다. 새로운 기업윤리와 이익의 확대재생산에 눈을 돌려야 한다. 그 것은 단순한 수익의 사회환원 차원이 아니라 생존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중장기적 경영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 침해와 사이버 범죄의 개연성을 낮추고, 정보격차를 해소시키기 위해 과감히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 소호사업자 등 관련업체와 개인들에게 보다 관대해야 한다. 그것은 남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살리는 길이다.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닷컴기업들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다가는 재도약의 호기를 놓치고 다시 거품론에 휘말릴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길 바란다. <김준수(정보과학부장) j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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