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인간의 탐욕에 대한 따끔한 질책을 담고 있다.
아울러 자본주의 체제에서 형성된 우리의 가치관에 대한 고찰인 동시에 우리가 꿈꾸어야 할 가치 있는 삶의 모습에 대한 청사진이다.
케인스는 1930년 발표한 ‘우리 후손을 위한 경제적 가능성’에서 경제 성장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당 15시간만 일하는 세상이 100년 후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80여년이 지난 오늘날 이 같은 그의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편안한 삶은 아직 먼나라 얘기다. 책의 저자이자 경제사학자인 로버트 스키델스키와 아들인 철학자 에드워드 스키델스키는 철학과 역사, 경제학의 전망을 한데 합쳐 그 원인을 추적하고 있다.
저자들은 악마와 계약을 맺은 대가로 상상도 못한 힘을 얻은 파우스트 전설에서 자본주의의 본질을 읽는다. 풍요를 위해 채택한 자본주의가 심어 놓은 습관 때문에 우리는 풍요로울수록 좋은 삶을 즐길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음을 입증한다.
책은 “경제 성장이 목표가 아니라 이러한 기본재를 보장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우리 세대의 목표를 변경해야만 파우스트와의 악마적 계약을 끊고 무한 경쟁의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담대한 제안과 이를 위한 구체적 정책 대안들까지 충실히 제시한다.
케인스가 내다본 2030년은 불과 17년 남았다다. 일주일이 아니라 하루 15시간 노동도 낯설지 않은 우리 세대가 보기에, 이 예언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음미할 가치조차 없어 보인다.
책은 그럼에도 이 빗나간 예언을 다시 꺼내 든다.
책은 “실패한 예언자를 변호하거나 책임을 추궁할 목적은 없다”며“다만 우리 시대가 당면한 모순,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질수록 더욱 심한 경쟁의 쳇바퀴로 내몰려야 하는 기막힌 역설을 뿌리부터 추적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케인스의 ‘우리 후손을 위한 경제적 가능성’이 1930년대 동시대인에게 자본주의의 유토피아적 미래상을 설명한 한편의 기발한 재담이라면, 이 책은 인간의 ‘끝없는 욕구’에 대한 반론이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이미 관심을 잃고 질문조차 포기한 ‘좋은 삶’이라는 과제를 되살리려는 묵직한 프로젝트인 셈이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인 공저자들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형성된 인간의 가치관에 대한 체계적이고 역사적인 고찰을 통해 우리가 꿈꾸어야 할 가치 있는 삶의 모습에 대한 매력적인 청사진을 제시한다. 이는 케인스가 살짝 운만 뗀 ‘바람직한 미래상’을 길게 갈 것도 없이 바로 지금부터 구현해 나가자는 담대한 제안이기도 하다.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