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샤오촨(64ㆍ사진) 중국 인민은행장이 지난 14일 선출된 205명의 공산당 중앙위원 명단에서 빠짐에 따라 중국이 금융ㆍ통화정책 수장의 교체를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02년 취임 이래 중국 금융개혁과 위안화 국제화에 앞장서며 '미스터 위안화'로 불려 온 저우 은행장의 퇴임이 기정사실화되자 해외 언론들은 저마다 차기 인민은행장 하마평을 쏟아내며 시진핑 체제 하의 금융ㆍ통화정책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내년에 각료 정년인 65세를 맞이하는 저우 은행장이 중앙위원 명단에서 누락되자 "퇴진이 확실시된다"고 중국 고위 은행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저우 은행장이 즉각 사임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시장에서는 국제 경제계에서 인지도와 평판을 높여온 그의 후임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WSJ는 중국 금융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세계 2위의 대규모 경제를 안정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는 차기 인민은행장 후보로 세 명의 유력 인물을 점찍었다. 이번에 중앙위원으로 선출된 궈수칭 증권감독위원회 주석과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러우지웨이 회장, 샤오강 중국은행 이사장 등이다. WSJ는 이들의 화려한 이력은 중국이 세계 2위 경제국으로 부상함에 따라 높아진 인민은행장의 위상과 국제 외환시장 무대에서의 역할 증대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이 밖에 샹푸린 은행관리감독위원회 주석도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 소재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저우 후임의 최대 과제 중 하나는 금융 부문 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은행권을 안정시켜 저리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국영기업이 과도한 경영난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달러화 대비 가파르게 절상되고 있는 위안화 가치와 인플레이션을 조절해 7%대로 하락한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차기 중앙은행장이 풀어야 할 중대 과제다. 다만 전문가들은 누가 후임으로 선출되더라도 인민은행의 금융통화정책이 급선회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민은행이 중앙은행으로서 독립성을 갖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싱가포르 소재 애버딘애셋매니지먼트의 이린유 고정자산 매니저는 "통화정책결정 구조상 권력은 여전히 국무원에 쏠려 있기 때문에 저우 은행장이 퇴임한다고 해도 중국 통화정책 기조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중국의 위안화 정책은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점진적으로 규제의 고삐를 풀어온 저우 은행장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위안화 가치는 2005년 이래 달러화 대비 33% 절상돼왔다. 14일에는 12일 연속 강세를 이어간 끝에 장외거래에서 19년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6.2252위안을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