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투자자 신뢰 얻으려면


어느 날 한 제자가 공자에게 물었다. "임금이 식량ㆍ군사ㆍ백성의 믿음 중에서 버려야 한다면 무엇부터 버려야 합니까" 공자는 "식량이 먼저고 그 다음이 군사다. 최후의 순간까지 갖고 가야 하는 것은 백성의 믿음이다"라고 답했다.

최근 한 자산운용사 대표를 만나고 나서 떠오른 일화다. 그는 요즘 업계에 불고 있는 이머징마켓 펀드 열풍을 염려했다.

2007년 펀드 시장에는 선박 펀드, 중국 펀드 바람이 불었고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펀드에 투자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5년 뒤 50% 이상의 손해를 봤다. 운용사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그는 "운용사는 항상 붐이 이는 투자처를 이용해 상품을 만들고 판매량을 늘려왔다"며 "잘 팔리는 것만 만들지 말고 5년, 10년이 지나도 고객에게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운용사는 단기 트렌드를 쫓아 판매량 늘리기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지금은 이머징마켓 펀드에 대한 인기가 높지만 미국 등 선진시장이 살아나면 이머징마켓으로 들어간 자금은 언제라도 빠질 수 있다. 당장 판매가 잘된다고 트렌드만 쫓다 보면 몇 년 안에 고객의 신뢰를 또다시 잃을 공산이 크다. 식량(영업이익), 군사(임직원)는 버리지 못하면서 당장의 실적을 위해 백성(고객)의 믿음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운용사들의 국내주식형 펀드 10년 수익률은 평균 288.10%에 달한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374.63%다. 이처럼 놀라운 데이터를 갖고도 고객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것은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을 10년만 잡아두면 원금의 2~4배 수익률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함에도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해야 된다.

어쩌면 당장의 영업이익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무형의 신뢰를 쌓는 것이 업계에 더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금리 시대에 돈을 은행에 넣어두면 안 된다고 다그치기 전에 투자자에게 투자해도 된다는 믿음부터 줘야 한다. 잠깐의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국민에게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을 보여주는 노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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