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있는 식품회사에서 어시스턴트 매니저로 근무하는 김지인(가명)씨는 실업계 고등학교와 지방대 출신이다. 학벌은 물론이거니와 학점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김씨는 친구들이 대학에 가는 것을 보고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학에 입학했다. 졸업 후 그는 국내의 혹독한 취업난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 많은 회사가 김씨의 전공이 일반 사무직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력서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취업을 잠시 미뤄두고 취업에 필요한 준비를 하기로 했다. 영어학원에 등록하고 오전9시부터 오후10시까지 줄곧 그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자 서서히 영어에 대한 공포증은 사라졌다. 김씨는 "'미국은 학벌보다 경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말에 자신감을 얻었다"며 "미국으로 가면 '지방대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지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무급 인턴을 거쳐 국내의 한 회사에서 일하며 실무경험을 쌓았다. 주말에는 영어회화 동호회 활동을 하며 해외취업 정보를 수집했다. 3년의 시간이 흘렀을 때 그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뉴욕의 회사로부터 면접을 볼 수 있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가 보낸 이력서에 대한 회신이었다. 그는 실무경력 등을 주무기로 면접을 통과했다. 그는 "해외취업을 생각하는 청년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정보를 수집하고 차근차근 준비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했다.
김씨처럼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젊은이들이 최근 몇년간 전반적으로 늘고 있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업인력공단을 통해 나간 해외취업자 수는 지난 2010년 2,719명, 2011년 4,057명, 2012년 4,007명, 2013년 1,607명이다. 지난해의 경우 해외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이는 한국 젊은이들이 해외에서 단순 노무직, 저임금 일자리를 갖지 않도록 유도한 데 따른 결과이고 앞으로는 그 수가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이 같은 경향은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력이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특히 청년 일자리가 주요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들려온 희소식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K팝 열풍,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 등으로 우리 청년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도 조성되는 상황이다.
이경제 고용부 K무브 총괄사무관은 "해외취업은 청년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국가적으로는 청년 일자리 영토 확대,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