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색채의 마술사' 샤갈의 드라마틱한 삶

■ 샤갈 (재키 울슐라거 지음, 민음사 펴냄)


'색채의 마술사' '꿈 속 같은 그림'으로 유명한 마르크 샤갈(1887~1985). 그의 대표작인 '생일'은 스물 두 살에 '여자친구의 친구'로 처음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 벨라와의 결혼을 보름쯤 앞두고 그린 그림이다.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고운 숄을 두르고 꽃을 안고 찾아온 벨라를 보자 샤갈은 천장까지 날아오를 듯한 행복감, 서로 얼굴을 맞대고 영원히 있고 싶은 희망, 온갖 꽃들과 세상 모두가 그들을 축복하는 것만 같은 기쁨에 사로잡혔다. 명작은 그렇게 탄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서 문학과 예술 평론을 쓰는 저자가 대중의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화가 샤갈의 인생과 내면을 파고 들었다. 피카소, 마티스와 함께 20세기 미술사의 가장 중요한 세기를 수놓은 샤갈. 그의 예술적 원천을 요약하면 러시아, 유대인 그리고 사랑이다. 샤갈이 태어난 러시아 변방 비테프스크의 유대인 빈민촌은 화가라는 단어조차 낯선 곳이었다. 겨우 그림을 배울 수 있게 된 것도 가족들이 화가를 사진사처럼 일종의 밥벌이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 고향을 두고 샤갈은 '내 슬프고도 즐거운 마을'이라 불렀고, 작품 속의 아름답지만 서늘한 마을 풍경의 근간이 됐다. 샤갈은 공산주의 러사아에서는 살아남기 힘든 개인주의자였으며 파리의 아방가르드에 흡수되지 못한 이단아였다. 대신 그는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했다. 현실과 무의식을 넘나들며 구속받지 않는 풍부한 색채를 담은 그림은 샤갈의 타고난 감성과 창의력에 기반하되 학살을 피한 망명생활, 사랑을 이루기 위한 노력 등 드라마틱한 삶과 밀접하다. 명작은 전적으로 작가의 인생 자체에 기반했다. 3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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