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 "첼로로 음악이 선사하는 우주 보여줄 것"

지휘자서 2년만에 첼로 연주회 여는 장한나

"위대한 작곡가가 남긴 작품들을 연주하거나 들으면서 얻는 위안과 활력은 그 자체로 긍정적 에너지를 줍니다. 음악을 통해 느끼고 경험하는 위대한 힘과 감동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것이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첼리스트 겸 지휘자 장한나(29ㆍ사진)가 다음달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장한나의 첼로 리사이틀'을 앞두고 28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 등을 통해 지휘자로서 또 다른 삶을 개척하고 있는 장한나는 2년 만에 첼리스트로 돌아와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Op.34 No.14'와 '첼로 소나타 g단조 Op.19', 데 팔라의 '7개의 스페인 가곡', 피아졸라의 '그랜드 탱고' 등을 들려준다. "음악은 인간에게 일종의 DNA와도 같은, 다른 동물들은 갖지 못한 신이 주신 특권"이라고 정의한 장한나는 "음악교육을 정식으로 받지 않은 청중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보칼리제는 라흐마니노프가 발표한 가곡집 '작품 34'에 수록된 곡 중 마지막 곡으로 가사가 없지만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명곡으로 유명해요. 데 팔라의 '7개의 스페인 가곡'은 마치 우리나라의 민요를 듣는 것처럼 가볍고도 편안한 느낌이지만 한(恨)이 서려 있고요. 피아졸라의 '그랜드 탱고'는 음악 자체로 듣고 즐기면서 나도 모르게 몸이 흔들리는 경쾌함을 느낄 수 있지요. 음악은 인간 내면의 감정을 표현해주는 세계 공용어인 만큼 청중이 클래식을 낯설게 느끼지 않고 일상 속에서 흥얼거리는 노래처럼 편안하게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첼리스트로서의 삶과 지휘자로서의 삶 사이에서 그는 어떻게 균형을 유지할까. "수십명의 연주자들이 내는 소리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저마다 최상의 소리를 끌어내도록 북돋워주는 것이 지휘자의 역할인 것 같다"는 장한나는 "지휘를 하면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내는 우주에 심취했기 때문에 음악이 선사하는 우주를 첼로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첼리스트로서의 삶과 지휘자로서의 삶은 별개가 아니라 음악이라는 더 큰 우주로 다가가도록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마에스트라의 길을 가고 있는 장한나는 뉴욕 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최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은 레너드 번스타인을 롤모델로 꼽았다. "번스타인의 남다른 음악적 해석이나 탁월한 지휘 모두 위대하지만 청소년음악회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선사한 것이 가장 큰 업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클래식의 테두리 안에서 편안하게 머무르지 않고 테두리를 끊임없이 확장해가는 음악인, 제게 음악의 궁극적인 지향점을 제시하는 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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