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오바마, 실망이야"

전화 통화서 정보사찰 항의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사진)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인터넷 기업을 활용한 정부의 감시활동에 실망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저커버그가 최근 미국 정보기관 활동에 대한 언론보도와 관련해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 인터넷 매체 인터셉트는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자료를 근거로 "미 국가안보국(NSA)이 페이스북 서버를 가장해 감시 대상 컴퓨터 하드드라이브에 접근, 파일을 빼내려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백악관 측은 오바마 대통령과 저커버그 사이에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를 밝히지 않았으나 인터셉트의 보도내용과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에 직접 남긴 글을 보면 그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국 정부의 감시활동에 대한 실망감을 나타낸 것으로 파악된다.

저커버그는 전화통화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 감시활동에 대한 끊이지 않는 보도에 나는 실망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또 "미국 정부는 인터넷에 위험요인이 아니라 챔피언이어야 한다. 정부가 하는 일을 더 투명하게 밝히지 않으면 사람들은 가장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페이스북뿐 아니라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정부의 스파이 감시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들 기업은 미국 정부의 감시 의혹이 커질수록 해외 사용자들이 서비스 사용을 꺼릴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정부의 감시활동을 둘러싼 논란은 민주당 지지 성향인 IT 기업들과 그 종사자들 사이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AP통신은 "감시활동 논란은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실리콘밸리와 대통령 간의 돈독한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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